‘신라의 달밤’. 얼핏 들으면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인 듯한 제목의 이 영화는 현재 경주에서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김상진 감독의 코믹액션물이다. 이성재, 차승원, 김혜수가 주연을 맡아, 한때 삼각관계를 다룬 멜로물이라는 오해를 받던 제작진은, 지금은 <친구>의 코믹버전이 아니냐라는 해괴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귀띔한다.
지난 4월 초 세명의 배우가 횟집에서 만나는 장면을 공개하고 멜로물로 비쳐질까 고심하던 제작진은 액션장면 현장을 한번 더 공개했다. 지난 5월 초 촬영현장인 경주 보문단지 내의 한 별장에서 만난 김상진 감독은 떠도는 소문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주유소 습격사건>이 막가는 코미디라면 이 작품은 드라마가 강한 코미디영화죠”라며 한마디 덧붙인다. “이거 적성에 안 맞는 영화하느라 죽겠어요.” 잠시 뒤 찍을 액션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촬영장면은 영준(이성재)이 폭력조직 본거지에 부하를 구하러 갔다가 얻어맞는 장면. 그러나 정작 촬영에 들어가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난생처음 20∼30명의 폭력배들에게 무수한 발길질과 주먹세례를 받는 이성재는 한 장면 촬영이 끝날 때마다 “야, 이거 재밌네 재밌어”를 연발했고 여기에 김상진 감독은 “장하다 이성재”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오전 1시가 좀 지나자 30여명이 난전을 벌이는 대형 액션신이 이어졌다. 영준의 대역배우가 나오고 슈퍼 크레인이 동원되었다. 승용차 한대도 박살났다. 촬영 내내 달이 환하게 비쳐 ‘신라의 달밤’이 실감났던 이날 촬영은 저녁 8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가 돼서야 끝났다. 촬영이 지연돼 이날 촬영을 못한 차승원은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의리를 과시. 6월 말 개봉예정이다.
사진·글 정진환 기자
◀ 두 사람 앞에 나타난 경주 아가씨 민주란(김혜수). 깡패 같지 않는 깡패와 선생 같지 않는 선생 사이에서 고민한다. ◀ 이렇게 얻어터지는 연기는 처음이라는 이성재. 오히려 촬영이 끝날 때쯤에는 때리는 역을 맡았던 폭력배 연기자들이 녹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