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금발미인 엘 우즈는 최고의 법률회사에 소속된 변호사다. 엘은 애완견 브루저의 혈통을 조사하다가 개의 부모가 화장품 회사 동물실험실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화장품 회사는 엘이 다니는 법률회사의 최고 고객. 반(反)동물실험법을 제안하겠다며 난리를 피우던 엘은 해고되고, 결혼식도 미룬 채 홀로 워싱턴으로 향한다. <금발이 너무해2>는 예쁘고 외모에 삶 전부를 투자하는, 그런데도 똑똑하기 그지없는 엘의 매력을 한 단계 더 과장한 영화다. 엘은 슈퍼우먼이나 다름없다. 너무나 마음이 착한 나머지 애완견에게 가족을 찾아주고자 직장까지 포기하는 블론드 미인. 예상하지 못했던 <금발이 너무해>의 성공에 감명받은 제작진은 다시 한번 뭉쳤고, 주연 리즈 위더스푼은 프로듀서까지 자청했다.
전편의 핑크 컨셉은 여전히 지속된다. 의상을 맡았던 소피 카보넬이 훨씬 풍요로워진 액세서리와 분홍빛 정장들을 들고 합류했고, 미스 식스티, 루이뷔통, 베르사체, 돌체 앤 가바나, 클로에, 미키모토 등 톱 디자이너들이 옷장을 열었다. <섹스 & 시티>의 캐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지미 추의 구두만 해도 50켤레가 넘게 등장할 정도. 이런 위세를 등에 업고 <금발이 너무해2>는 <터미네이터3>와 같은 날 개봉, 미국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고난이나 노력없이 일사천리 성공가도를 달리는 엘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를 모방했음이 분명하지만, 스미스씨가 한 연설에는 내용이라도 있었다”는 말로 이 낙천적인 영화에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평론가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십대 소녀들은 또다시 엘의 패션감각에 빠져들고 있다는 소문이다.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