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위드 러브>는 도리스 데이와 록 허드슨이 주연한 60년대 코미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리겠다고 선언한 영화다. 1960년대 초반 뉴욕, 바바라 노박은 <다운 위드 러브>를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여자도 사랑에 얽매이지 말고 섹스를 즐겨야 한다고 설파하는 이 책 때문에, 바람둥이 저널리스트 캐처 블락을 비롯한 남자들은 곤경에 처한다. 이 난국을 헤쳐나갈 방법은 단 하나. 캐처가 바바라를 유혹해서, 그녀도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폭로하는 것뿐이다. 작가 이브 알러트와 데니스 드레이크는 데이와 허드슨의 <필로우 토크>를 모델 삼아, 공격과 역습이 반복되는, “대사로 성적 긴장을 조성하는” 시나리오를 썼다. 르네 젤위거가 “읽는 동안 내내 깔깔댔다”니 두 작가가 힘을 모은 결과는 믿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달라진 점도 있다. 알러트와 드레이크는 “여주인공이 처녀성을 잃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순수하고 이상한 섹스코미디”에 이제는 당연해진 진짜 섹스를 추가했다.
마치 자료보관소를 뒤져서 건져낸 듯한 이 복고풍 영화는 “60년대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짜 60년대에 만든 영화”를 원했던 프로듀서 브루스 코언의 의도에 따라 세심하게 제작됐다. 지나치게 화려한 테크니컬러의 느낌을 살렸고, 배경은 실제 풍경 대신 그림으로 대체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르네 젤위거의 패션. 의상을 담당한 대니얼 올랜디는 분홍색 체크 원피스와 실크 장갑, 화려한 가운, 커다랗고 동그란 핸드백 등을 준비해 “르네 젤위거는 단 한벌의 의상, 단 하나의 소품도 두번 사용하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상큼한 젊음의 기운을 그려낸 <브링 잇 온>의 페이튼 리드가 연출한 이 영화에는 데이와 허드슨 주연의 코미디 세편에 모두 무게있는 조연으로 출연했던 토니 랜달이 25년 만에 모습을 보여준다.김현정
이완 맥그리거와 르네 젤위거는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되살렸다. 그러나 바바라는 도리스 데이보다 “관능적이고 유머있는 캐릭터”가 됐으며, 바바라와 캐처의 관계는 “여자도 남자처럼 권력을 가질 수 있는 현대의 분위기”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