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길 소망한 말썽쟁이 나무인형 피노키오. 성경과 코란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으로 알려진 <피노키오>는 영화로 만들어진 것만도 줄잡아 20여건이 넘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특별하다. <피노키오>가 나고 자란 땅 이탈리아의 국민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원작에 가까운 실사판 <피노키오>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야심으로, 연출은 물론 주연까지 감행한 것이다. ‘50살의 피노키오’가 말이 되냐는 둥의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베니니는 생전의 페데리코 펠리니에게 ‘피노키오’라는 애칭으로 불리운, 펠리니판 <피노키오>의 둘도 없는 주연감이었다.
<피노키오>는 수상한 통나무 하나가 작은 마을로 굴러들어와 소동을 빚는 것으로 시작된다. 목수인 제페트는 그 통나무로 나무인형을 만들고, 피노키오라 이름짓고 아들 삼는다. 노는 것을 좋아하고 유혹에 약한 피노키오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주는 이는 ‘바르게 행동해야 인간이 된다’고 가르치는 푸른 천사. 그러나 피노키오에겐 반항적인 충동과 불가능한 포부가 많았고, 그로 인해 멀고 험한 모험길에 오르게 된다. 베니니가 주목한 것은 <피노키오>라는 동화에 깃든 “모험, 슬픔, 생명, 기쁨, 낙담, 잔인함, 영웅성, 사랑”이다.
베니니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촬영했던 파피뇨 세트장에 제페트의 마을, 해변 마을, 장난감 나라 등의 주요 세트를 비롯해 20m에 달하는 상어 입 세트도 환상적으로 재현해냈다. <카사노바> <로미오와 줄리엣>의 미술을 맡았던 다닐로 도나티에 따르면 <피노키오>에는 “1800년부터 70년 동안의 이탈리아 예술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한다. 이탈리아영화 사상 가장 비싼 45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든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많은 기대 속에 개봉한 <피노키오>는 이탈리아에서 대중과 평단의 엇갈린 평을 얻었고, 엉터리 더빙판으로 개봉한 미국에서는 더한 혹평을 얻었지만, 만년 소년 베니니의 꿈이 어떤 모양새로 펼쳐졌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접긴 힘들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