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종이와 연필로만 표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특히 클로즈업 장면이 그렇죠.” <신밧드-7대양의 전설>의 공동감독 팀 존슨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드림웍스가 올 여름 내놓을 애니메이션 <신밧드-7대양의 전설>은, 배경은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 것이지만 인물은 손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스피릿>에서도 시도된 이런 기법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부문의 수장 제프리 카첸버그는 ‘트래디지털’(Tradigital)이라고 불렀다. 3D애니메이션이 각광받는 시대지만 수공품의 매력을 더해 또 다른 애니메이션 혁명을 일으키려는 카첸버그의 구상이 이번 영화에서 얼마나 실현됐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신밧드-7대양의 전설>은 ‘알리딘’과 더불어 <아라비안 나이트>의 영웅 중 하나인 신밧드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따온 인물이지만 이야기는 원작과 상당히 다르게 각색됐는데 일단 배경이 바그다드가 아니다. 미국이 폭격한 이라크의 수도를 등장시키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장소를 지중해 연안으로 옮겼다. 이야기는 모험을 즐기는 사나이 신밧드가 혼돈의 여신 에리스의 모략으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평화의 책’을 훔친 범인으로 오해받으면서 시작된다. 신밧드가 평화의 책을 찾아오지 못하면 그의 가장 친한 친구 프로테우스가 죽음을 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신밧드의 여정에 프로테우스의 약혼녀 마리나가 동행한다. <신밧드-7대양의 전설>은 목소리 출연진이 화려하다. 신밧드는 브래드 피트, 마리나는 캐서린 제타 존스, 에리스는 미셸 파이퍼, 프로테우스는 조셉 파인즈가 맡았다. 당초 신밧드의 목소리는 러셀 크로가 맡을 가능성이 컸으나 스케줄 문제로 브래드 피트에게 바통을 넘겼다. 브래드 피트는 조카들이 볼 수 있는 영화에 나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출연한 영화가 대부분 어린이가 볼 수 없는 등급의 영화였음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미셸 파이퍼는 목소리 녹음 과정에서 여러 번 대본을 고쳐써야 했다고 말한다. “처음엔 에리스가 지나치게 섹시했고 두 번째 버전은 재미가 없었죠. 세 번째는 카첸버그를 만나 날 해고해도 좋다고 말했는데 그는 이렇게 대본을 바꿔가는 것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설명했어요.” <신밧드-7대양의 전설>은 미국에서 7월4일, 국내에선 7월11일 개봉할 예정. 남동철
♣ <신밧드-7대양의 전설>은 바다, 하늘, 땅 등 배경과 괴물들은 디지털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인물의 섬세한 표정은 손으로 그린 작품이다. <스피릿>에서도 선보인 드림웍스의 ‘트래디지털’ 기법은 <슈렉>만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 영화에 다시 도입됐다.
♣ 제프리 카첸버그는 <신밧드-7대양의 전설>이 <인디아나 존스>식 모험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감독 팀 존슨은 드림웍스의 3D애니메이션 <개미>를 연출했던 인물이며 <신밧드-7대양의 전설>의 시나리오는 <글래디에이터>를 쓴 존 로건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