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DVD를 목이 빠져라 기다린 가장 큰 이유는, ‘시몬’으로 출연한 레이첼 로버츠의 실제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그런 욕심은 서플먼트에 들어 있는 ‘Simulating S1M0NE’ 코너에서 흡족하게 채워졌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이버 배우 ’시몬’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전부 공개되면서, 그녀의 실제 얼굴과 목소리까지 여과없이 보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서플먼트 전반을 통해 예상 외의 수확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이다. 코믹하지도 그렇다고 진지하지도 않은 영화의 어정쩡한 결말과 달리, 현실화되고 있는 사이버 배우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제작진들의 진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던 것.
사실 영화 <시몬>을 보면서 위노나 라이더라는 일급 배우를 서슴지 않고 망가뜨리면서 강조했던, 스타급 배우들의 오만방자함에 대한 전면공격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영화 속의 감독 빅터 타란스키의 입을 빌려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대사를 듣다보면, ‘저런 식으로 배우들을 폄하하다가는 다음 작품에서 배우들에게 보이콧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길 정도였다.
한데 ‘Cyber Stardom’ 코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앤드루 니콜 감독은 그런 입장을 완화시키기는커녕 강도를 높여 인기 스타에만 집착하는 할리우드와 그런 할리우드를 우롱하는 배우들을 신랄하게 몰아붙인다. 더불어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VFX사의 직원들은 사이버 배우를 만들어내는 일에 있어 기술적으로 가능한 영역을 조목조목 설명해주며 “이르면 4∼5년 안에 완벽한 형태의 사이버 배우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겁을 주기까지 한다.
물론 몇몇 VFX사의 직원들과 출연배우들이 등장해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은 발전이고, 좋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연기를 사이버 배우가 대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설령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사이버 배우들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연기력을 확보하도록, 배우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시몬> DVD의 서플먼트를 보고 난 뒤에는, 영화에서처럼 진짜로 사이버 배우들이 등장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한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물론 현재까지는 답이 전혀 없는 고민이기는 하지만, 본편 영화가 주는 약간의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S1M0NE, 2002년감독 앤드루 니콜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1 EX, DTS-ES 지역코드 3출시사 엔터원▶▶▶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