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아아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계바늘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했던 세트장이 갑자기 떠나갈 듯하다. <싱글즈>의 세 친구들이 일제히 지르는 괴성(?)은 나난(장진영)의 피임 성공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밀려나고 남자친구에게까지 차인데다 원형탈모증까지 생긴 나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헛구역질까지 했으니 얼마나 가슴이 끔찍하였을꼬. 해서 재빨리 동미(엄정화)와 정준(이범수)이 ‘합거’ 아닌 ‘동거’하는 집에서 임신진단을 해본 터였다. 결국 임신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지 않게 된 나난은 일단 기쁘지만 이내 신세가 한탄스럽다. 이제 세상에서 셋뿐인 친구들은 축하와 위로를 위한 술자리를 연다.
<싱글즈>는 30이라는 ‘심정적 지지선’을 돌파당할 처지인 세 독신 남녀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 일본에서 TV드라마로 발표된 뒤 소설로 옮겨졌던 를 원작으로 삼아 우리 상황에 맞게 ‘현지화’시켰다. 겹불행 속에서도 씩씩하게, 그리고 덜렁대며 삶을 개척하는 나난, 섹스에 대해서만큼은 솔직한 태도로 일관하는 동미, 나이어린 여자친구와 결실을 맺기 위해 분투하는 정준의 모습이 유쾌하고 실감나게 그려질 예정이다. <사랑하기 좋은 날>을 만들었던 권칠인 감독은 이 영화를 “깔끔하고 산뜻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다. 현재 촬영 분량 50% 이상을 소화한 <싱글즈>는 4월 중순 또는 말쯤 크랭크업한 뒤 7월 초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글 조석환
♣ “으흐흐…. 난 왜 되는 일이 없을까.” 패션 디자이너에서 졸지에 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저로 발령받고, 남자친구로부터 결별을 통고받으며, 원형탈모증까지 생긴 나난. 그녀의 처량한 신세를 달래주는 것은 두명의 친구와 목이 날씬한 맥주병뿐이다. ♣ 8년 만에 두 번째 영화를 만들게 된 권칠인 감독의 각오는 남다르다. 촬영에 임하면 나긋나긋한 평소의 목소리가 굵은 톤으로 바뀌는 것도 그런 탓인지 모른다. 그는 “이 영화를 시작하기까지는 어려웠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예감이 좋다”고 희망찬 소감을 밝힌다.
♣ 빨간색일까, 파란색일까? 임신진단세트가 파란색을 가리키자 나난과 동미는 파안대소하며 즐거워한다.♣ 주인공 나난 역의 장진영 못지않게 동미 역의 엄정화나 정준 역의 이범수 또한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는 배우들. <싱글즈>에서 엄정화는 요염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를, 이범수는 엉뚱하면서도 순박한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