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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의 랑데부,<로마의 휴일> SE

1953년에 제작되어 5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건만, <로마의 휴일>은 아직까지도 ‘로맨틱코미디의 고전’이라는 칭송과 함께 상당수의 골수팬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루 동안 철부지 도피 행각을 펼치는 팔자 좋은 공주 이야기일 뿐인 <로마의 휴일>이 그렇게나 대단한 매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구닥다리 스타일의 공주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된 <로마의 휴일> DVD는, 나의 그러한 반감을 일격에 깨뜨려버렸다. 일등공신은 꼼꼼히 살펴봐도 별달리 흠잡을 곳 없이 복원된 놀라운 화질. 그런 완벽함이 가능했던 것은 서플먼트에 포함되어 있는 ‘Restoring Roman Holiday’ 코너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듯이 원본 필름 위에 50년 동안 쌓여왔던 케케묵은 먼지와 잡티를 엄청난 노력을 통해 제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업에 직접 참여한 기술진들의 세세한 설명과 함께 일련의 복원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고전영화의 DVD 타이틀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화질의 복원이 가장 힘들다는 말을 충분히 이해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

하지만 꼼꼼히 살펴볼수록 단순히 오래된 필름을 복원하는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런 화질이 나온 것만은 아닌 듯 싶어 보인다. 비교를 위한 원본 필름의 상태도 나쁘지 않아, 두껍게 쌓인 먼지와 잡티 외에는 크게 문제될 만한 필름 스크래치나 손상된 부분이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복원기술도 기술이지만, 원본 필름의 보관 방법 자체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뛰어난 보관 상태에 놀라운 복원기술의 힘까지 빌려 되살아난 스크린 속의 오드리 헵번의 모습도 개인적으로는 충격에 가까웠다. 그녀의 외모에서 ‘구닥다리’의 느낌이 느껴지기는커녕 우아하면서도 발랄한 현대적인 여배우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작 다큐멘터리격인 ‘Remembering Roman Holiday’ 코너와 당시의 독특한 홍보 기법을 구경할 수 있는 ‘Teaser-Trailer’ 코너에 등장하는 그녀의 카메라 테스트용 필름들이다. 그 속에서 할리우드 데뷔작을 위해 테스트에 임하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대배우가 가지고 있는 고정화된 이미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신선하고 때묻지 않은 일상성을 보여준다.

이렇듯 <로마의 휴일> DVD는 이 ‘고전’을 끝내 외면하던 이들까지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큼 특별한 타이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Roman Holiday Special Collector’s Edition1953년, 감독 윌리엄 와일러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화면포맷 4:3오디오 돌비 디지털 2.0(mono) 지역코드 3출시사 파라마운트 ▶▶▶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