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극단적인 공포는 어둠에서 나온다. 킬러의 칼날이나 괴물의 습격, 유령의 출몰도 어둠이 발산하는 두려움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암흑 속의 공포는 그것을 느끼는 자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더욱 무시무시하다. 밝은 빛 아래 감춰졌던 자신의 어두운 측면이 살아나 활개치는 것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출신 자우메 발라게로 감독의 <다크니스>는 이러한 어둠의 공포를 다루는 영화다. “암흑은 모든 친숙한 것들을 낯선 것으로 변화시켜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감독의 이야기처럼 <다크니스>에서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어둠이며, 각자의 내면에 입을 벌리고 있는 심연이다. 같은 스페인 출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디 아더스>와 비견될 만한 이 영화는 심리스릴러와 호러 장르를 교묘하게 결합해 관객을 자극한다.
<네임리스>로 2000년 부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발라게로 감독은 이 영화에서 미국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한 뒤 이상한 징후 속에 빨려들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40년 전에 일어난 한 사건의 영향으로 서서히 미쳐가는 아버지 마르코(아이언 글렌), 목이 잘린 아이들의 그림만 그려대는 막내 폴, 이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어머니 마리아(레나 올린), 그리고 이 수수께끼를 파헤치려는 딸 레지나(안나 파킨) 등이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한 어둠 속에서 발버둥친다. 이 영화는 지난해 스페인에서 개봉해 주말 최대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