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떻게 그가 날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았을까요. 죽는 날까지 알 수 없겠죠…. 난 이 기회를 잡고 말 거예요. 전엔 누구도 날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래요. 그에겐 내가 필요해요.” 무지갯빛 파도가 일렁이며, 수줍고 달콤한 속삭임이 울려퍼진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 미지의 여인이 확신하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 사랑이 어떻게 찾아오는지,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얼마만큼 변화시키는지, 그녀는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일곱 누이의 간섭과 과잉보호 속에 자라난 소심한 청년 배리(애덤 샌들러)는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주는 푸딩을 사 모으는 게 유일한 낙이다. 외로움에 지쳐 말벗을 찾아 시도한 폰섹스는 그를 예기치 않은 곤경에 몰아넣기도 한다. 그런 그 앞에 신비로운 영국 여인 레나(에밀리 왓슨)가 나타난다. 첫눈에 배리가 자신의 짝이라는 걸 확신한 레나로 인해 배리의 삶은 달라진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말 그대로 ’사랑의 펀치’에 녹다운된 연인의 수줍은 사랑을 그린 동화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절대로 실감할 수 없는 사실은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등 어둡고 격렬한 애증의 연대기를 즐겨 만든 폴 토머스 앤더슨이, 이 깜찍하고 간결한 로맨틱코미디의 감독이라는 것이다. 카메라와 음악의 완벽에 가까운 합주, 배우들의 기적적인 앙상블 연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취화선>과 함께 감독상을 수상했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