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은 우리에게 묻는다. 난생처음 나눗셈을 배운 날의 혼돈을, 전학 첫 날 모르는 얼굴로 가득 찬 교실의 무서움을, 선생님의 다정한 위로에 그만 터져버린 눈물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2002년 130만명의 관객을 모아 프랑스 사상 가장 성공한 다큐멘터리 대열에 합류한 <마지막 수업>은 루브르박물관, 청각장애자의 사회생활 등의 소재를 카메라로 기록해온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의 프로젝트. 필리베르는 ‘존재와 소유’라는 극히 프랑스적인 원제를 가진 이 영화를 프랑스 교육제도 혁신에 대한 제언이 아니라 인간에게 가능한 한 가까이 접근해 잊혀진 감정을 깨우는 종류의 다큐멘터리로 구상했다.
그리고 프랑스 중부 생-에티엔-쉬르-우송의 미니 학교에서 나이도 인종도 다양한 열세명의 어린이들이 한데 모여 공부하는 교실을 발견했다. 세살에서 열한살까지 열두명의 아이에게 덧셈부터 체육까지 전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퇴임을 1년 반 앞둔 55살의 조르주 로페즈 교사. “좀더 모던한 교사가 좋지 않을까요?”라고 사양하던 로페즈가 마침내 승낙하자, 그의 20년 이웃인 학부모들도 덩달아 허락했고 주연인 아이들은 더러는 이해하고 더러는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카메라를 맞이했다.
104분 길이의 <마지막 수업> 안에서 꼬마들은 읽기와 뺄셈을 배우고 졸업을 앞둔 상급생은 대처의 중학교를 견학갔다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스타도 탄생한다. 네 살박이 개구쟁이 조조는 사랑스러움으로 내성적인 나탈리는 안쓰러움으로 관객의 마음을 붙잡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리베르 감독의 행운은 얼핏 엄격하고 딱딱해 보이지만 아이들을 향한 공평한 배려와 집중력을 결코 잃지 않는 로페즈 선생님이다. 알퐁스 도데의 아멜 선생님을 어딘가 닮아 있는 그는 영화가 개봉된 뒤 사라져가는 프랑스 시골생활의 이상을 구현한 인물로 여겨져 인기인이 되기도 했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