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댑테이션>의 찰리는 여류 기자 수잔 올린이 난 재배가 존 라로시에 관해 쓴 책 <난 도둑>을 시나리오로 각색 중이다. 하지만 좀처럼 풀리지가 않는다. 뚱뚱하고 소심하다고 자책하며 언제나 조급해 하는 찰리에 반해 활달하며 사교적인 쌍둥이 동생 도널드는 유쾌하고 낙천적이다.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 찰리와 달리 도널드는 하루가 다르게 명성까지 쌓아간다. 급기야 찰리는 도널드를 대동하여 원작자 수잔 올린을 찾아가게 되고 그녀와 존 라로시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에 대해 알게 된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기이한 짝패 스파이크 존즈와 찰리 카우프만의 두 번째 합작품 <어댑테이션>은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관객을 미로 속에 밀어넣는다. 실재의 인물과 가상의 인물이 뒤섞여 등장하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풀리지 않을 나르시시즘과 창작에의 고뇌는 이번에도 역시 호기심의 뇌관을 건드린다.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내세웠고, 게다가 허구의 캐릭터인 쌍둥이 동생 도널드 카우프만까지 동원하였다. 허구의 인물 도널드 카우프만은 공동각본으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까지 당당히 올라 있으며, 니콜라스 케이지는 1인2역으로 찰리와 도널드를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수잔 올린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이 지와 광기를 동시에 보여주고, 난 재배가 존 라로시 역을 맡은 크리스 쿠퍼는 ‘열정’에 대해 한수 가르친다. <어댑테이션>은 제작초기부터 관심을 모았으며,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골든글로브에서는 남녀조연상을 받았다. 스파이크 존즈와 찰리 카우프만이 가공해내는 낯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