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이, 그것도 반전돼서 뜨는 오프닝. 이어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질척하고 어지러운 화면 속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소화기로 연타당해 살점이 떨어지고 해골이 부서지는 모습이 비쳐진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정신을 수습하고 조금 더 지켜보면, 이것이 복수극이었음을 알게 된다. 한 남자를 복수심과 증오의 광풍으로 몰아간 것은 사랑하던 여인이 무참하게 강간, 폭행당해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사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올라가던 영화는, 젊은 연인의 가장 아름답고 평화롭던 한때에서 멈춰버린다. 지옥에서 천국으로의 여행. “시간이 모든 것을 파괴해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것을 해피엔딩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인간의 야만스러운 본성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 <돌이킬 수 없는>은 지난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던 당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관객 250여명이 초반에 퇴장했는가 하면, 끝까지 지켜본 관객 사이에도 야유와 찬사가 엇갈렸다. 논란의 초점은 살인과 강간장면이 과도하게 폭력적으로 묘사됐다는 것. 이에 대해 “혐오스럽다, 메스껍다”는 반응이 일었지만, 다른 한편에선 ‘역순의 구성’ 덕에 이를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 분노와 폭력”으로 이해하고 찬사를 보냈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묘사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문제적’ 감독 가스퍼 노에의 세 번째 영화로, 실제 연인인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가 연인으로 등장해 열연을 펼쳤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