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가 영하 십몇도로 뚝뚝 떨어지는 서울에 비하면, 미국 서부 해안에 자리한 LA의 겨울은 훈훈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이상고온이라는 올 겨울의 거리에는, 스웨터나 코트보다 반팔 차림이 더 쉽게 눈에 들어온다. 지난 1월30일, 드림웍스의 새 코미디 <올드 스쿨>의 시사회가 열렸던 샌타모니카 대로의 AMC 센추리시티 14 극장에 모인 관객의 분위기도 여름 또는 초가을 극장가에 가까웠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 블록버스터 대신 소규모의 코미디와 드라마들이 상영 프로그램의 대부분이라는 게 달랐을 뿐. <올드 스쿨> 역시, 규모보다는 화장실 유머 수준의 개그를 양념으로 젊은 날의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30대 남자들을 다룬 아담한 코미디다. 여름 대작 시사회에 비하면 좌석은 군데군데 비어 있었으나, 일단 필름이 돌아가자 시종일관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올드 스쿨>은 ‘fraternity’, 미국의 대학문화 중에서도 우리에게는 좀 낯선 ‘(대학 내) 남성들의 사교클럽’에 대한 영화. 제목이 암시하듯, 남자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방종한 젊음의 특권을 누리기에는 ‘올드’한 아저씨들이 온몸으로 부르는 학창 시절의 낭만에 대한 송가다. 부동산 중개인 미치(루크 윌슨), 막 결혼에 골인한 프랭크(윌 패럴), 이미 두 아이의 아빠인 비니(빈스 본)는 30대를 넘어선 대학 동창들. 진도는 조금 다르지만, 안정된 직업과 가정 등 책임과 함께 ‘재미없는 어른’으로 사회에 편입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술, 파티, 연애는 이제 정말 끝인가? 물론 안 될 말씀! 세 친구는 더이상 학창 시절을 누릴 순 없지만 그때의 쾌락을 그리는 이들을 위한 ‘남성 사교클럽’을 만든다.
록 뮤지션 다큐멘터리와 <로드 트립> 등을 만든 감독 토드 필립스는, “스스로 30대가 되면서 책임과 무책임의 기로에 놓인 또래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뭔가 잃어버리고 살아간다는 느낌을 가진 30대들이 모여 뭔가를 이뤄내는 과정, 그들 사이의 유대감”을, 성인 취향의 잡다한 농담과 80년대 팝문화와 함께 버무렸다. 마냥 따라 웃기엔 너무 미국적이긴 하지만, 그리 밉지 않은 아저씨들의 좌충우돌 코미디는 오는 봄 국내에 개봉될 예정이다.LA=황혜림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