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상점가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좁고 그늘진 홍콩의 재래시장 필 스트리트가 있다. 길바닥으로 밀고 나온 수조 속에서 산 생선이 펄떡이고 말린 약재의 향기가 골목을 채우는 시장 한복판. 길을 잃은 라라 크로프트와 그녀의 옛 연인 테리는 네 갈래 길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미로 속에 던져진 희생물처럼 방향을 찾지 못한다. 1월10일 홍콩에서 촬영현장을 공개한 <툼레이더2>는 지붕 덮인 정크선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애버딘 항구와 고층빌딩 사이에 몸을 숨긴 필 스트리트에서 모험의 막바지 촬영을 진행했다. <스피드> <트위스터>의 얀 드봉이 새로운 감독으로 영입된 <툼레이더2>는 그리스와 케냐, 탄자니아, 중국 등을 거쳐 홍콩 촬영을 마치고 고향과도 같은 런던 파인우드스튜디오로 돌아갈 계획. 2편은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를 몰살시킨 재앙의 근원 ‘판도라의 상자’와 그 상자를 뒤쫓는 라라 크로프트의, 바다와 대륙을 가로지르는 스펙터클한 추격전을 따라붙는 영화다.
하루에도 몇번씩 촬영장소를 옮겨다니는 복잡한 일정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는 얀 드봉은 “<툼레이더2>는 모든 캐릭터를 철저하게 개발했다. 이 영화는 판타지보다 리얼리티에 가까우며, 1편보다 어둡고 관능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툼레이더>는 안젤리나 졸리의 독무대였기 때문에 성공했고 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영화. 이번에는 도덕관념이라고는 없는 군인 출신 옛 남자 테리와 1편보다 비중있는 악당 라이스 박사,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독일 배우 틸 슈바이거가 무표정하게 연기하는 라이스 박사의 심복 숀으로 라라 주변을 보강하지만, 여전히 라라는 시리즈의 유일무이한 중심일 것이다. 인상적인 눈동자와 두꺼운 파카 밑으로 솟아난 가슴이 라라 크로프트 그대로였던 안젤리나 졸리는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남자와 격투를 벌이는 건 멋진 섹스만큼이나 좋은 일”이라는 말로 남성 캐릭터들과의 대결을 정리했다. 라라 크로프트는 침대에서도, 바다 밑에 가라앉은 유적지에서도, 오직 자신만이 지구의 중심인 듯 행동하는 액션 히어로였다.홍콩=글 김현정 [email protected]·사진제공 튜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