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춤을 타고 흐르는 1929년의 시카고. 보드빌(춤과 노래, 희극 등을 섞은 통속적인 쇼) 무대의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코러스 싱어 ‘록시 하트’와 보드빌 스타 ‘벨마 켈리’는 놀랍게도 같은 감방에서 만나게 된다. 하트는 자신을 속인 정부를, 켈리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여동생을 죽인 참. 이들 앞에 ‘빌리 플린’이라는 희대의 변호사가 등장한다. “예수가 나를 만났으면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플린은 엄청난 수임료를 하트의 남편으로부터 받고 록시 하트에 대한 ‘언론 플레이’를 시작한다. 그때까지 타블로이드의 주인공으로 대접받던 벨마 켈리에 대한 관심이 식은 자리에 하트는 죄없는 착한 배우지망생으로 조명을 받으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다. 역시 빌리 플린의 의뢰인인 켈리는 그런 하트를 싫어하지만, 나중에 제3의 인물 ‘고투헬’ 키티(루시 리우)에게 플린의 관심이 옮겨가자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쓴 극본이 1926년 연극무대에 올려진 뒤 무성영화 <시카고>(1927)와 유성영화 <록시 하트>(1942) 두편의 영화로 각색되고 다시 1975년 브로드웨이의 베테랑들인 작곡가 존 캔더, 작사가 프레드 엡, 안무가 밥 포세에 의해 뮤지컬로 초연된 유서깊은 이야기를 신예 롭 마셜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 <시카고>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의 뜨거웠던 인기만큼이나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올해 2월 열리는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주인공 록시 하트 역의 르네 젤위거, 한때 실제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던 벨마 켈리 역의 캐서린 제타 존스, 그리고 빌리 플린 변호사 역의 리처드 기어, 거기에 감옥 여간수 역의 퀸 라티파까지. <시카고>는 사랑과 질투, 욕망과 꿈이 타블로이드 신문 지상에서부터 어두운 감방까지 넘실대던 그 옛날 시카고의 뜨거웠던 한때를 매력적인 배우들의 앙상블에 실어 불러낸다. 최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