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씨네스코프
위기의 남자,회한의 황혼 <어바웃 슈미트>
2002-12-24

여기, 위기의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워렌 슈미트. 평생을 증권 전문가로 살아온 그는 60대 중반을 지나 이제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더이상 직장에 나갈 필요가 없어진 어느 날, 여느때처럼 청소기를 돌리던 아내가 뇌출혈로 돌연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음식도 청소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이 남자는 몇날 며칠을 폐인처럼 지내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가자던 먼 여행을 홀로 떠난다. 수난은 이제부터다. 외로운 슈미트는 여행 중에 만난 중년 여인에게 구애하다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소원했던 딸의 신랑감이 마땅치 않아 훼방을 놓다가 딸에게 절연 선언을 당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슈미트는 자신이 후원해온 캄보디아 소년의 편지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만다. 그것은 슈미트와 소년이 다정히 손을 맞잡고 있는 그림 편지였다.

<어바웃 슈미트>는 정신없이 웃다가 울게 만드는 영화다.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장인 슈미트는 일과 아내를 떠나 보내고 심리적 공황에 빠진다. 고독과 상실감에 몸부림치며, 예전에 멀어진 딸을 찾아나서지만,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강을 이제는 건널 수 없다. 덧없고 외로운 인생. <어바웃 슈미트>의 보배는 배우들이다. 회한에 찬 황혼을 체현한 잭 니콜슨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여, 올 칸영화제 상영 당시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예비 사돈 슈미트를 유혹하는 색녀로 케시 베이츠가, 촌스럽고 멍청한 슈미트의 사위로 더못 멀로니가 출연해, 파격 변신을 선보인다. 똘똘한 인디영화 <일렉션>의 감독 알렉산더 페인의 작품.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