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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은 사랑도 아름답다,<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촬영현장
2002-12-04

봉만대 감독은 음악다방 DJ처럼 촬영을 진행했다. 헤드폰을 쓰고 기름기 풍부한 낮은 목소리로 “자, 동기와 신아, 놀아주세요. 즐겁게… 즐겁게 노는 겁니다”라고 속삭이는 봉만대 감독은 항상 외치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사랑’의 느낌을 전하고 있었다. 대전 엑스포공원 안에 지은 세트. 수도관이 터져 방 안이 물바다가 되는 작은 사고도 있었지만, 에로감독 봉만대의 첫 번째 35mm 영화는 현장 DJ의 음색처럼 은근하게 완성되어가는 듯했다.

봉만대 감독은 <아파바> <이천년> 등으로 에로비디오 팬들의 갈증을 채워줬던 사람이다. 스토리가 있는 에로영화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실험과 형식도 시도했던 봉만대 감독이지만,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드라마틱한 전개나 파격적인 설정과는 거리가 있는 영화다. 이 ‘솔직한 멜로영화’의 중심은 디자이너 신아(김서형)와 작가지망생 동기(김성수). 신아는 동대문에서 우연히 만난 동기와 첫날밤 섹스를 한 뒤 가끔 그를 생각한다. 다시 대전에서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사랑하고 동거하다가 헤어진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이처럼 단순한 스토리 속에서 섹스와 사랑을 묻는 영화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노출과 정사의 수위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모습 뒷모습 전부 보여주죠”라며 호쾌하게 질문을 넘기는 주연 김서형은 느끼한 관심을 청량한 대답으로 돌리는 모습도 보여줬다.

전부 대전에서 촬영하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내년 2월 말 개봉할 예정. 촬영현장을 공개한 얼마 뒤, 봉만대 감독은 “벗은 몸이 아름답다”는 평소 신념대로 전라를 공개한 영화소개 팸플릿을 부산영화제에서 배포했다.사진 이혜정·글 김현정

(왼쪽부터 차례로)

♣봉만대 감독은 얼마 전 첫 번째 정사신을 촬영했기 때문에 긴장한 배우들을 농담으로 풀어주었다. 그는 기분내키면 온몸으로 연기지도를 하기도 한다.♣‘에로감독’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봉만대 감독. 시나리오를 손보면서 수많은 에로영화의 이미지를 찾아 첨부하는 정성까지 보였다.♣대전 엑스포공원 전시관 내에 지은 이 세트는 작가지망생이면서 호스피스로 일하고 있는 동기가 사는 방이다.♣김성수는 오디션에서 선발된 모델 출신 신인배우. 아름다운 몸을 만들어야 하는 탓에 대전 숙소 근처 복싱연습장에 날마다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