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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 채색된 파스텔톤 상상화
2001-04-18

<마리 이야기> 제작현장

한없이 연하게 미색으로 물든 하늘, 슬쩍슬쩍 구름 같은 옅은 잿빛과 초록마저 숨긴 세상 속에 낡은 등대가 솟아 있다. 투명한 푸른빛의 실크처럼 하늘거리는 물결과 하늘 사이로 난 다리는, <마리 이야기>의 판타지 세계로 향하는 통로로 손색이 없어보인다. 다리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계단을 올라 등대의 문을 열면, 바로 그곳에서 온몸이 보드라운 흰 털로 덮인 ‘마리’의 이야기가 피어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환상 세계의 소녀 ‘마리’와 소녀의 낯선 세상을 만나는 현실 세계의 소년 남우의 이야기.

<마리 이야기>는 <덤불 속의 재> <연인> 등 예술적인 단편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잘 알려진 이성강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다.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은 뒤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외로운 소년 남우가, 등대에서 우연히 마리를 만나면서 겪는 꿈같은 체험을 그린 파스텔톤의 상상화. 일상에 지쳐, 혹은 어른이란 이름으로 잊고 살아가기 쉬운 꿈과 환상의 기억을 눈앞의 그림으로 살려내는 작업이, 양재동 씨즈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아직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성강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화폭은 컴퓨터 모니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작업과정은 단순해보이지만, 그 손끝에서 2D 캐릭터와 3D 배경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마리 이야기>의 푸근한 그림이 빚어져 나온다. 3년여에 걸쳐 제작된 <마리 이야기>는 씨즈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고 아이픽처스에서 30억원이 좀 넘는 제작비를 투자했다. 이성강 감독이 했던 말을 빌리자면 “꿈을 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이 컴퓨터로 그린 동화는, 올 겨울 극장가를 찾아올 예정이다.

글 황혜림 기자사진오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