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중들의 관심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딴지일보>는 아직 ‘명랑사회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딴지일보>는 호색정당을 표방하는 남로당, ‘구라’를 앞세운 방송국 등 다양한 관련 사이트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양하고 해괴한 물품들을 파는 딴지몰 혹은 딴지점빵이다. 이 딴지점빵을 통해 <딴지일보>는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주목을 끌 만한 몇 차례의 독특한 시도를 했다. 신문에 연재될 당시 검열을 통해 누더기가 되었던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를 원래대로 복원해 CD롬으로 출간한 것, 딴지의 인터넷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웹토이 ‘우르부르’를 선보인 것,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웠던 여성용 자위기구 ‘부르르’를 직접 제작해 판매한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난 9월에 발간한 <로보트 태권브이> VCD타이틀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없었을 것이다. 약 25년간 사라져 있었던 <로보트 태권브이>의 극장 개봉판을 어렵사리 복원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로보트 태권브이>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기 때문에, <딴지일보>의 이런 성공은 여러모로 칭찬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세대들이 보기에, 그 VCD 타이틀은 아쉬운 면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컴퓨터가 아닌 VCD 플레이어나 DVD 플레이어에서 작동되지 않았고, 남아 있는 비디오테이프에 의존해 복원되었기 때문에 화질 자체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나빴기 때문이다.
그런 <딴지일보>의 소중한 시도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로보트 태권브이> DVD 타이틀의 출시를 준비하는 제작사가 있다는 사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지난 90년대 말부터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면서까지 태권브이의 부활을 외쳐온 골수팬들에게, 그런 DVD 타이틀의 출시 소식은 하나의 복음처럼 빠르게 전파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1년여의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드디어 <로보트 태권브이>의 DVD 타이틀이 발매되었다. 한 태권브이 팬사이트는 ‘우리에게는 영원한 친구이자, 영웅인 로보트 태권브이가 드디어 DVD로 재탄생하였다’는 말로 첫 페이지의 첫 문장을 장식해, DVD의 출시를 뜨겁게 환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사이트조차 ‘비록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적어도 옛날 그 영웅의 모습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모습이 아닐까’라는 말로 DVD의 아쉬운 면들을 애써 감추진 않고 있다.
그런 아쉬움의 근원은 <딴지일보>가 풀지 못한 숙제와 연장선상에 있다. 바로 DVD 소스에 적합한 원본 필름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 1976년에 개봉된 이후 김청기 감독을 비롯한 주요 제작진 누구도 프린트를 보관하지 않은 상태였고, 미국에 수출이 되면서 네거필름마저 함께 발송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몇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수배해 어렵사리 찾은 프린트들조차도, 보관상태가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참담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원작을 최대한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프린트를 기초로 하되, 도저히 DVD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장면들은 비디오 소스를 가져와 메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그때 사용된 비디오 소스로는 80년대 초반에 국내에서 출시된 비디오와 <Voltar the Invincible>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된 미국 버전의 비디오가 사용되었다. 그런 짜깁기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DVD 타이틀은 화면을 보고 있으면 눈이 아파질 정도로 화질이 엉망이다. ‘고목나무에 그린 애니메이션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
하지만 그런 원본 소스의 부족함으로 인한 단점들을 제외하면, 이번에 출시된 <로보트 태권브이> DVD 박스세트는 네티즌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인터넷을 통해 리뷰를 올린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일단 TV에 방영되었던 김청기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 <KBS명인전 - 김청기 감독 편>은 물론, 김청기 감독의 소중한 오디오 코멘터리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판인 <Voltar the Invincible>의 전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점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별도의 디스크 2장에 82년에 개봉되었던 <슈퍼 태권브이>와 84년작 <로보트 태권브이>가 비교적 깨끗한 화질로 함께 실려 있다는 사실 또한, 그동안 <로보트 태권브이>를 어떤 식으로든 소장하고 싶어했던 이들에겐 과분할 정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DVD 프라임의 리뷰가 밝혔듯이 ‘<태권브이>라 하더라도 DVD로서의 최소한의 미덕은 갖춰야 된다고 믿는 사람, 아무 생각없이 <태권브이>를 구입하게 된 청소년들,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사람’ 등에게 이 타이틀은 ‘열받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이번 타이틀의 출시로 다시 불붙은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관심이, 여러 차례 시도되다 엎어진 <로보트 태권브이>의 재탄생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몇년 뒤에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가진 21세기의 로보트 태권브이를 DVD로 만날 수 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철민/인터넷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 <로보트 태권브이> DVD 박스세트 리뷰
사이트 : http://gotaekwonv.com.ne.kr/dvd.htm
♣ 신화창조 <태권브이> 팬클럽 : http://www.gotaekwonv.wo.to
♣ 레인보의 <로보트 태권브이> 사이트 : http://rainb.com/tkv
♣ <로보트 태권브이> 팬사이트 : http://myhome.naver.com/poin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