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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신작 <체인징 레인스>
2002-10-02

볼링장에 공이 굴러가는 레인들은 평행선을 달린다. 공은 한 레인으로만 굴러가야 한다. 다른 레인으로 길을 바꿔 굴러가면 애초 레인의 게임뿐 아니라 다른 레인의 게임도 망가진다. <체인징 레인스>의 개빈 베넥(벤 애플렉)과 도일 깁슨(새뮤얼 잭슨)의 삶은 서로 평행선이다. 베넥은 잘 나가는 로펌의 변호사이고, 깁슨은 알코올 중독으로 아내로부터 이혼당하기 직전에 놓인 중하층 흑인이다. 같은 뉴욕에 살지만 마주칠 일이 없는 처지이다. 어느 날 아침 둘의 차가 충돌한다. 이 사고를 계기로 둘이 상대방의 삶의 레인에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둘 다 망가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서로 예의가 있었다. 다만 서로의 일처리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베넥은 보험증서를 교환하는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백지수표를 건네주고 먼저 사라진다. 깁슨은 당혹스럽다. 더구나 그의 차는 바퀴가 펑크나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혼자 움직일 방법도 없다. 아내와 화해하기 위해 은행 융자 서류를 가지고 법정으로 가던 깁슨은 법정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화해에 실패한다. 베넥은 뒤늦게 사고현장에서 중요한 서류를 잃어버렸음을 알고 깁슨에게 연락하지만, 깁슨은 버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베넥은 해결사를 찾아 깁슨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서류를 돌려주려던 깁슨은 복수를 벼른다.

그러나 <체인징 레인스>는 희망적인 이야기이다. 물고 물려 최악으로 내몰리면서 둘은 각자 삶의 레인을 돌이켜보게 된다. 베넥은 자신의 로펌이 재단기금을 횡령한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고, 깁슨은 충동적인 성질이 다시 도진다. 벼랑 끝에서 둘은 돌아나오기 시작한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사려깊은 영화’라며 올해 최고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케네스 튜란은 후반부의 반전이 디즈니랜드의 놀이열차를 타는 것 같다고 비꼬았지만, 자꾸만 꼬여가는 상황을 묘사하는 로저 미첼 감독의 연출력을 두고 “<노팅 힐>의 영국 감독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의미 이상”이라며 격찬을 보냈다.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