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가시죠!” “아니, 스팀이 너무 많이 찼어.” “잠깐만, 피 좀 주세요.” “일단 물부터 꺼!” 어둡고 좁은 통로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 규모가 작은 양수리 종합촬영소 7세트장. 잠수함 내부 모양을 본뜬 세트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바닥은 흥건한 물과 잔뜩 꼬인 고압선이 동선을 제한하는 탓에 <블루> 촬영장은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수해현장 버금 가게 어수선하다. 이날 촬영은 강수진 소령(신은경)이 이 중사(류수영)와 함께 침몰한 한반도함 통제실에 접근해서 다친 SSU(해난구조대) 대원들을 구조하고 새로 설치한 음파탐지기를 제거하는 장면부터 공개했다. <블루>는 실제 심해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SSU 대원들을 모델로 한 ‘해양 블록버스터’라는 분류항을 단 영화. 진해에 위치한 해군본부에서 찍은 큰 신만은 못해도 테이크마다 체크해야 할 것이 많아 ‘슛’을 외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정국 감독은 좀처럼 오케이 사인을 내지 않는다. 그는 “외양은 블록버스터지만, 골격은 멜로드라마”라며 “드라마트루기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럴 법도 하다. 뒤이어 강 소령과 이 중사가 위기에 처하고, 어릴 적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준 대위(신현준)와 이태현 대위(김영호)가 이들을 구하기 위해 심해로 잠수하는 설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 이날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안 되는 중요한 연결장면을 찍고 있었으니, 몇번씩 물세례를 맞아야 하는 배우들의 딱한 사정이 감독의 안중에 있을 리 없었다. 사진 이혜정 글 이영진
♣ 류수영(왼쪽)에겐 <썸머타임>에 이은 두 번째 작품. 방송에서 일일 훈련한 것말곤 군경험은 전무하지만 전투복이 꽤 어울린다.♣ 신현준은 이날 촬영장면이 없는데도 현장에 나와 중간중간 너스레로 현장의 사기를 북돋웠다. 스탭들은 저녁식사를 위해 어느새 자리를 비웠지만, 배우들은 취재진을 위해 또 한번 몸에 긴장된 기운을 불어넣어야 했다.♣ “이번엔 악녀예요.”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상급자 행세하려면, 그 정도 분위기는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신은경.♣ 이정국 감독(왼쪽 안경쓴 이)은 맨 처음 <블루> 연출제의를 받고 국군 홍보영화인 줄 알았다고.♣ 이날 스탭들은 무릎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발이 부르텄다. 제작부는 쉬는 시간마다 물을 퍼내느라 이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