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지방 소도시에 한 노총각이 추어탕집을 개업하고는 열심히 홍보하러 다니지만 장사가 안 된다. 같은 도시에 사는 뚱뚱한 노처녀는 선보는 남자에게마다 딱지를 맞는다. TV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이 이 도시를 찾는다. 노총각은 식당 홍보도 하고 상을 타서 명예도 높일 목적으로, 노처녀는 공개구혼할 무대로 노래자랑에 참가를 신청한다. 둘은 신청서 내는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고, 노처녀가 추어탕 먹으로 왔다가 또 만난다.
■ Review
보잘것없는, 어쩌면 남들에게 따돌림당할지도 모르는 남녀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소박한 이야기다. 연출도 소박하다. 뚱뚱한 노처녀는 전혀 예쁜 척하지 않고, 노총각도 마찬가지로 촌스럽다. 만날 남자에게 딱지맞는 노처녀에게 노총각의 ‘필’이 꽃히는 건, 노처녀가 자신의 추어탕을 맛있게 먹을 때부터다. 노처녀와 함께 온 친구가 추어탕을 시켜놓고 먼저 가는 바람에 한 그릇이 남았다. “제가 먹으면 되죠.” 노총각이 옆에 앉아 먹는다. 나란히 앉은 둘이 추어탕을 그릇째 들고 마신다. 동그란 그릇의 바닥이 둘의 얼굴을 가린다. 단순하고 뻔하지만 밉지 않은 연출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관객으로 하여금 “짚신도 짝이 있다”는 식으로, 동정심과 약간의 비웃음으로 이 둘을 보게 할 수도 있다. 그 위험을 비켜가게 하는 건, 이 둘과 달리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풍자다. <전국노래자랑>의 연출자들은 참가자들의 의상뿐 아니라 노래까지도 자기들 마음대로 ‘연출’한다. 그 안하무인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영화 안에 녹아들면서 영화의 한축을 받쳐준다. 임범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