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殺4 恨みはらします 1987년, 감독 후카사쿠 긴지 출연 후지타 마코토, 사나다 히로유키, 무라카미 히로아키 장르 무협 (새롬)
돈을 받고 누군가를 대신 살해하는 살인청부업자들. 일본 역사의 그림자 속에 늘 존재해왔던 자객들의 이야기지만, 1972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필살> 시리즈는 권력층에 핍박받는 서민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자객의 무용담으로 일본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어왔다. 1984년 방영 600회 기념으로 극장판 <필살!>이 만들어진 뒤, 매년 1편씩 제작된 <필살> 시리즈는 인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91년 5편, 96년 6편을 마지막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검객>은 인기가 정점에 올라 있던 87년, <필살> 시리즈의 TV방영 15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4편이다. 4편의 감독을 맡은 후카사쿠 긴지는 초창기 TV시리즈 연출을 맡으며 시리즈의 기초를 다진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전국시대가 끝나고 외면적인 평화가 지배하던 에도시대. 미나미마치 부교소의 하급관리 나카무라 몬도는 사방에서 무시당하는 ‘미나미마치의 게으름뱅이’로 유명하지만, 밤만 되면 악인을 저승으로 보내는 살인청부업자로 변신한다. 집에서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장모와 아내는 나카무라를 구박하기만 한다. 뇌물을 받아먹은 부교가 살해당하고 새로운 부교 오쿠다 우쿄노스케가 부임한다. 며칠 뒤 빈민가에서는 쇼군의 직속부대인 하타모토 패거리들이 말을 타고 난입하여 한 노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나카무라는 노인에게 달려든 말의 다리에서 표창을 발견하고 음모가 있음을 눈치챈다. 하지만 조서를 받은 부교는 표창을 빼돌리고, 모든 것을 사고사로 간주하며 나카무라의 보고를 무시한다. 사망한 노인의 딸에게 하타모토 패거리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은 나카무라는 작업에 나선다. 하타모토 패거리를 미행하던 나카무라는 배후에 오쿠다 부교와 관련된 커다란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87년작인 <검객>은 어쩔 수 없이 낡은 느낌이 든다. 달리며 검을 부딪치고, 온갖 엄폐물을 이용하여 결투를 벌이는 칼싸움 장면도 그리 긴박감을 주지는 못한다. <동방불패>나 <서극의 칼> 같은 홍콩의 무협영화와 비교한다면 특수효과가 거의 없는 <검객>은 무척 초라해보인다. <아이를 동반한 검객>처럼 목이 날아가고, 몸이 반으로 잘리는 화끈한 액션도 없다. 다만 후루하타 야스오의 <무사>에서 일말의 재미를 느낀 적이 있다면, <검객>에서도 ‘참바라’영화의 쏠쏠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액션보다는 TV드라마에서 형성된 인물의 익살스러운 캐릭터와 농담에 주의를 기울이면 더 재미있다.김봉석/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