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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만의 막내는, 엽기
2001-03-29

해외 만화·애니 - <앵그리 키드>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엽기문화의 열풍이 좀처럼 가실 줄 모르고 있다. 물론 기성세대에게야 생경하고 때론 강한 불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상식과 관습을 깨는 파격과 충격이 신선한 자극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살펴보면 이런 추세는 꼭 우리만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제는 영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된 아드만 애니메이션이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 ‘엽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단편영화 전문 사이트 ‘아톰필름’(atomfilms.com)에서 아드만이 발표하고 있는 <앵그리 키드>(Angry Kid)란 단편

시리즈물이 바로 그것이다. 1분짜리 애니메이션 25부작으로 만들어진 <앵그리 키드>는 지난해 5월7일 첫 에피소드가 공개된 이래 매주 100만명이

접속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앵그리 키드>의 주인공은 그동안 우리가 아드만의 작품에서 봤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기괴하게

뻗은 붉은 머리, 기분나쁘게 번들거리는 갈색 피부, 툭 튀어나온 눈. 심술이 잔뜩 붙은 입 등 어디 하나 정붙일 만한 구석이 없다. 작품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 <칩스>(Chips)란 단편을 클릭하면 화면에 주인공 앵그리 키드가 영국 서민들의 간식으로 유명한 ‘피시 앤 칩스’를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한껏 오만한 표정으로 감자칩을 공중에 던져 먹던 그의 옆에서 심술궂게 생긴 ‘핏불’(<크림슨 타이드>에서 진 해크먼이

데리고 다니던 개를 상상하세요)이 도사리고 있다가 공중에 뜬 감자칩을 나꿔챈다. 개에게 번번히 감자칩을 뺏긴 ‘앵그리 키드’. 화가 나서

혀를 내밀어 약을 올리는데, 그만 이번엔 개가 혀를 물어버린다.

이 엽기적인 시리즈의 감독은 다렌 월시. '픽실레이션' 기법의 달인인 그는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 94년 <우잣(Oozat)>이란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즐겨 쓰는 '픽실레이션(pixillation)'은 실사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끊어 촬영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최근 원빈이 나온 모 무선통신 광고도 이 기법으로 제작했다. 하지만 다렌 월시는 기존의 픽실레이션 기법에 새롭게 가면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을

가미해 풍부한 표정과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앵그리 키드> 역시 픽실레이션과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이 가미됐는데, 실사배우가 연기를

하고 얼굴은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별도의 가면을 붙여 엽기적인 영상을 연출했다.

<앵그리 키드>의 내용은 에피소드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아드만의 대표적인 시리즈

<월레스 앤 그로밋>이 영국 중산층 사회의 가치관과 삶을 보여주었다면, 급하고 무모하고 때론 폭력적이기도 한 ‘앵그리 키드’는 <트레인스포팅>에

봤던 미래에 대한 뚜렷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영국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이는 감독인 다렌 월시가 영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한데, 초기 작품 <우잣>의 내용 역시 선술집에서 술에 취한 서민층의 젊은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의

엽기적인 외모와 튀는 에피소드와는 달리 짧은 에피소드 속에 촌철살인의 유머를 삽입하는 재주는 ‘아드만’이란 브랜드에 걸맞게 여전히 발랄하다.

<앵그리 키드>는 단편 애니메이션 외에 간편한 게임으로도 만들어져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캐릭터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