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분명히 어제 숙제했었습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다시 한 겁니다. 거짓말이라고 한 거 취소해주십시오.” 안성기의 격앙됐지만 왠지 코믹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감독의 “컷”이라는 사인과 함께 스탭들의 입에서 일제히 웃음이 터져나온다.
지난 7월15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이곳은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꼽히는 대통령 딸의 담임교사를 맡은 은수(최지우)와 대통령 민욱(안성기) 사이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한 사랑을 주된 소재로 삼는 정통 코미디영화답게 감독부터 배우까지 연신 입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진행되는 듯했다.
이날 촬영은 은수와 민욱이 청와대 오찬실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 딸 영희가 수업을 빠진 벌로 <황조가>를 한문으로 100번 쓰는 숙제를 했던 민욱이 실수로 숙제를 적은 종이를 한강에 빠뜨린 뒤, 다시 숙제를 해 은수에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민배우’ 안성기라지만,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오랜만에 하는 코믹연기인 탓에 고민을 많이 하는 자세였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에서 안성기와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최지우도 틈나는 대로 입을 오물거리며 대사연습을 하는 등 시종 진지한 모습이었다.
△ 은수는 대통령 민욱이 자신을 청와대로 부른 이유를 알지 못해 긴장한다. 오랜만에 영화계에 복귀하는 최지우의 내심이 그런 조마조마함이었는지도 모른다.
△ <킬리만자로> 이후 간만에 주연을 맡은 안성기. 최근 받은 라식수술 탓인지 선한 눈이 유난히 맑아 보였다. “마지막 부분에 <모정> 주제곡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해야 하는 탓에 걱정된다”고 근심어린 태도로 말할 때조차.
이 영화로 데뷔하는 전만배 감독은 한양대 국문과를 나와 MBC <일요일밤의 대행진> 등 코미디 프로그램의 작가 생활을 했고, <사랑의 종합병원> 등의 시나리오를 써온 전문 작가 출신. 유쾌하지만 착실하게 촬영을 진행해 현재 60% 정도의 공정을 마친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8월 중순 크랭크업해 하반기 개봉 준비를 갖출 예정이다. 사진 손홍주·글 문석
△ “웃음 위에 동짓날 팥죽 같은 따뜻하고 진한 감동을 얹어 선사하고 싶다”는 전만배 감독은 호탕한 웃음소리로 촬영장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 신라호텔의 한 홀은 청와대 오찬실로 바뀌었다. 집무실, 접견실 등 청와대 내부장면은 모두 신라호텔의 전폭적인 협조 속에서 촬영됐다. 최진수 대표는 “세트 제작비 수억원을 절약했다”고 고마워했다.
△ 전만배 감독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이뤄진 편집본을 배우들에게 보여주면서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제작사 씨네윌의 최진수(<헤어드레서> 감독) 대표(뒷줄 오른쪽 첫 번째)와 투자사 CJ엔터테인먼트의 석동준 한국영화팀장(뒷줄 오른쪽 두 번째)도 관심있는 눈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