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요람 양수리 일대를 호남 출신 주먹들이 접수하기라도 한 걸까. 7월의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던 양수리 종합촬영소 부근의 한 레스토랑. 정준호와 김정은, 선남선녀의 양가 상견례 자리인데, 분위기가 험악하기 이를 데 없다. 걸쭉한 전라도 욕설이 쏟아지고, 사시미칼이 날아다니고, 웨이터는 두드려맞는다. 이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은, 한술 더 떠,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장한 주먹들간에 패싸움이 터진다. 그런데 이 난리 블루스의 주동자가 누군지 한번 보자. 근엄한 풍모의 탤런트 박근형씨와 유동근씨다. 이들이 달라진 이유?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다. 믿거나 말거나.
<가문의 영광>은 엘리트 청년을 사위로 삼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깡패 집안의 활약을 그린 코미디. 낯선 여자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 엘리트 총각이 여자 집안의 결혼 협박에 시달린다. 억지로 맺은 인연에 꽃이 필 것인가. 온전한 ‘패밀리’로 맺어질 수 있을 것인가. <가문의 영광>은 초기에 <백만송이 장미>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던 바로 그 프로젝트. <현상수배>를 연출했던 정흥순 감독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시나리오로 <할렐루야>로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사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영찬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호남 주먹계의 전설 ‘쓰리제이’(3J) 가문의 결혼 만들기 소동, 그 전말은 오는 9월13일 극장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정진환·글 박은영
△ 양수리 부근 카페에서 두 집안의 상견례 장면을 찍던 날, 쓰리제이 가문의
무시무시한 매너는 이날의 찌는 듯한 더위도 날려버릴 만한 것이었다.
△ 정태원 사장과 정흥순 감독. 현장에서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상의하는 등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이었다.
△ 박근형씨의 변신은 특히 놀랍다. 가진 게 돈과 주먹과 배짱뿐인 깡패 쓰리제이를
연기하는 그는 역할 이미지에 걸맞게 꽁지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 ‘스테끼’(스테이크)칼이 잘 안 든다고 바지춤에서 ‘연장’을 꺼내는 유동근.
다양한 애드리브를 선보여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쓰리제이 가문의 막내딸과 그 가문의 타깃이 된 엘리트. 김정은과 정준호는
서로 대사를 치고받는 호흡이 아주 좋다고.
△ 멀쩡한 아들이 여자네 집안에 끌려다니는 게 못마땅했던 부모는 상견례 자리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다가, 결국 “색시 참하더라”며 아들의 등을 떠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