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euple Migrateur 2001년, 감독 자크 페린 자막 영어, 한국어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화면포맷 레터박스 1.77:1 지역코드 3 출시사 크림DVD
개인적으로 털달린 모든 동물을 굉장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새의 경우는 동물에 속하지 않는 별개의 종이라고 여길 만큼 혐오에 근접한 수준으로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러다 어린 소녀와 어미를 잃은 새끼철새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영화 <아름다운 비행>를 본 이후부터는, ‘(멀리서 본다면) 나름대로 멋진 부분도 있군’ 정도로는 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새에 대한 일종의 공포심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스토리가 있는 자연다큐멘터리’ <위대한 비상>을 보고나서는, 새에 대해서 뭔가 또 다른 감정이 형성되는 신기한 경험을 해버렸다. 95분 내내 새가 떼로 나오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탄성을 지르다보니 호감까지 슬쩍 생겨버린 것. ‘이럴 리가 없는데…’라며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 지내다가, DVD의 출시 소식을 듣고는 출시일만 기다렸다. 아마도 DVD의 화면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철새들을 보고, 혼란스런 감정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기다리다 손에 넣은 DVD에서 철새들이 날아오르는 메뉴화면을 보는 순간, 몸 속의 엔도르핀이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상하리만큼 증폭되어 있던 기대감이 그런 상황에 일조했겠지만, 생생한 화질을 통해 진짜 자연 그대로의 생생함이 사정없이 드러나는 새들의 모습은 다시 봐도 경이로울 만큼 아름다웠다.
그러나 <위대한 비상> DVD의 가장 큰 매력은, 그렇게 극장에서 느꼈던 감동을 그저 되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저런 걸 어떻게 찍어오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바로 해소시켜주는 서플먼트가 있기 때문. 특히 ‘Making Featurette’ 코너에는 그야말로 ‘자연다큐멘터리의 화신’처럼 보이는 제작진들이 열사의 사막에 빨간 기구를 띄워놓고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나, 눈으로 덮인 높은 산맥 상공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철새의 이동을 담아내는 모습이 생생하게 잡혀 있다. 영화가 가진 완성도가 그 정도의 열정과 집념 없이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음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것.
그렇게 제작과정을 이해한 뒤 사운드를 완전 죽이고 자막도 없앤 뒤 다시 한번 영화를 보면, 마치 촬영팀의 시선으로 새들과 함께 날고 있는 듯한 착각이 생겨난다. 그렇게 아무런 사운드도 없이 그저 새들의 우아한 날갯짓만 응시해도 경이로움에 숨이 멎을 듯한 <위대한 비상> DVD는, 최근에 출시된 타이틀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고도 멋지다고 할 만하다. 김소연 /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