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와 줄스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브로마이드에 입을 맞추는 대신, 데이비드 베컴 같은 근사한 킥을 차기 위해 달리고 뒹구는 열여덟살의 영국 소녀들이다. 하지만 세상 어떤 남자도 자기보다 근육이 실한 여자와 데이트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는 엄마들의 태클도 집요하다. “‘스파이스 걸’ 중에 스포티한테만 남자가 없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넌 어떻게 된 애가 언니가 결혼식 날짜를 받은 판에, 여기 앉아서 빡빡머리 사내녀석들 사진이나 쳐다보고 있니?” 힌두 전통이 강고한 인도계 가정의 둘째딸로 외롭고 힘겹게 축구를 향한 짝사랑을 지켜가던 제스는, 공원에서 공을 차던 중 여자축구팀 멤버인 줄스의 눈에 띄어 친구와 팀을 한꺼번에 얻게 된다.
<해변의 바지> <왓츠 쿠킹?>에서 영국사회 소수민족과 여성의 하위문화를 장르영화의 흥겨운 리듬에 맵시있게 실어내 주목받은 거린다 차다 감독은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그야말로 완벽한 세트 플레이를 노린다. 성역할에 대한 편견과 재능이 충돌해 괴로워하는 소녀들의 맞은편에는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에 떠밀려 선수 생명을 단축한 코치 조가 있다. 제스의 걸림돌로만 보였던 아버지는 인종적인 소외에 마음을 다쳐 축구의 꿈을 꺾었던 과거를 회상하고, 완고하기만 하던 줄스의 어머니는 결국 프렌치 드레싱과 델리야키 소스병 사이에서 식초병을 움직이며 오프사이드 규칙을 익힌다. 동성애, 소수민족 문화, 여성, 세대간에 빚어졌던 다종다양한 갈등은 인도식 결혼식과 축구 결승전의 쿵짝대는 교차편집 속에서 개운하게 해소된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최대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 유쾌한 영화를 축제의 킥오프를 알리는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