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0만달러. 오스카 작품상 트로피가 한 영화에 안겨주는 추가 박스오피스 수입의 평균치다. 올해처럼 절대강자가 없는 경우, 오스카 작품상을 향한 할리우드 스튜디오 홍보 각축은 한층 치열해지게 마련. 인기인이 사회를 보는 특별 시사회, 스타가 나와 제작자와 감독을 칭송하는 TV 스폿 광고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백출하는 공격적인 캠페인이 벌어진 가운데, 최다 노미네이션을 받은 두 영화 <글래디에이터>와 <와호장룡>의 제작사 드림웍스와 소니 픽처스 클래식이 급기야 오스카 캠페인 규정을 어겨 아카데미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글래디에이터>의 위반사항은 인쇄광고에 임의로 오스카 트로피의 사진을 썼다는 것. 소니 픽처 클래식은 이미 <와호장룡>의 비디오 테이프를 받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DVD를 재차 발송해 적발됐다. 그러나 두 스튜디오가 받는 벌은 애교에 가깝다. 스무장씩 할당받은 오스카 시상식 입장권 중 네장의 티켓을 박탈당하는 것이 전부. 이 정도로는 수백만달러의 오스카 홍보비를 마다하지 않는 스튜디오들의 ‘의욕’이 꺾일 리 없다.
한편 이처럼 과열된 오스카 전초전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도 일어났다.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후보지명을 받은 프랑스영화 <타인의 취향>이 오스카를 보이콧한 것. <타인의 취향>의 제작자 샤를 갓소는 지난 2월12일 미국에 개봉한 <타인의 취향>이 오스카 후보지명에도 불구하고 단 8개의 극장에서 개봉되고 그나마 5개로 축소된 데에 분개해 오스카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지난 3월16일 선언했다. 갓소는 배급사인 오프라인의 잘못은 아니라고 전제했지만 “미국은 유럽영화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오스카 노미네이션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것은 경제적인 검열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우리는 외국어영화상 후보지명 통고도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