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이 텔레비전 쇼라고 생각해. 나는 윌 쇼의 주인공이고 윌 쇼는 앙상블 드라마가 아니야.” 38살의 노총각 윌(휴 그랜트)은 남들, 특히 여자들과 어떤 약속도 하기 싫어한다. 뭘 기대하기도 싫고, 기대받기도 싫다.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CD, 비디오, 각종 전자제품에 묻혀 살면서 여러 여자를 전전하는 윌은 스스로를 ‘섬’ 중에서도 매일같이 파티가 열리는 ‘이비자섬’이라고 말한다.
성장이 결혼해서 가족을 꾸리는 것이라고 말해본다면, 이 친구는 분명히 성장을 거부하고 있는 또 다른 피터팬이다. 구속감 없이 연애하기 좋은 상대가 미혼모라는 판단 아래 미혼모 클럽에 찾아간 윌은 미혼모 피요나(토니 콜레트)의 12살짜리 아들 마커스(니콜라스 홀트)를 만나게 된다. 마커스는 학교에서 힘센 아이들에게 놀림당하고, 집에서는 외로움을 못 이겨 소파에서 우는 엄마 피요나와 대면하며 힘겹게 산다. 윌은 피요나 아닌 다른 미혼모 레이첼(레이첼 와이즈)에게 다가서기 위해, 레이첼 아들과 친구인 마커스를 잘 대해주지만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관이 변하기 시작한다.
닉 혼비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어바웃 어 보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어바웃 투 보이’라는 제목이 더 적절하다고 썼다. 성장을 거부하는 38살짜리 ‘피터팬’이 12살짜리 ‘길 잃은 소년’을 만나, 서로의 성장을 돕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메리칸 파이>의 감독인 웨이츠 형제의 연출이 따듯하고 정겹다는 평단의 반응과 함께 영국 개봉 당시 <패닉 룸>을 누르고 2주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흥행작을 내놓았던 영국 워킹타이틀필름과 유니버설의 파트너십이 또 한번 개가를 올린 영화다.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