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들어오지 못하게 해! 더 뒤로. 그래도 걸려, 앵글에 나온다고!” 멀리서 그저 눈으로만 스틸을 찍고 있던 기자들에게 한참 만에 접근이 허락된다. 이곳은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초승달과 밤배>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경기도 강화의 분오리돈대. 6년 전 원작을 읽고 영화화를 결심했다는 장길수 감독은 “따뜻하고 한없이 맑은 이야기”라면서 “섬세하게 표현해서 관객에게 따뜻함을 선사하고 싶다. 영화 <집으로…>처럼 재미있게 봐줬으면 한다”고 <초승달과 밤배>에 숨긴 속뜻을 내비친다.
이날 촬영은 주인공 난나(이요섭)와 옥이(한예린)가 생활고에 못 견뎌 칠순 할머니(강부자)를 모시고 뭍으로 떠나는 장면들. 조그마한 포구에 물이 빠지며 갯벌에 걸린 배들과 커다란 닻을 배경으로 촬영에 여념이 없는 스탭들의 모습이 마치 예쁜 그림을 보는 듯 청명하게 느껴진다. 촬영 막바지에 밤촬영까지 강행하려 했던 장길수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있는 이날, 붉은 옷을 입고서 무언의 시위(?)를 벌이는 스탭들의 간청에 해가 지기 전에 카메라를 세웠다. <초승달과 밤배>는 6월 중순까지 모든 촬영을 마치고 8월 관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사진·글 손홍주
사진설명
1. 유리처럼 맑은 눈빛을 지닌 천진한 난나는 영양실조로 등이 굽은 동생 옥이를 창피해하며 구박하지만 자신에게 동생이 필요한 존재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난나와 할머니가 이 세상의 전부인 옥이는 특유의 해맑은 웃음과 아름다운 시선으로 주변을 사랑으로 채워나간다.
2. 난나를 말썽꾸러기보다는 눈이 맑은 아이로 기억해주는 선생님(장서희)은 마을을 떠나는 난나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낸다.
3. 억척스럽게 집안을 꾸려가던 할머니가 허리를 다쳐 삼촌(기주봉)과 함께 병원에 다녀오지만 할머니는 더이상 집안을 꾸려나가기가 힘들어진다.
4. 정든 고향을 생활고로 떠나야 하는 할머니의 마음은 어린 시절 영양실조로 등이 굽은 옥이를 보며 더욱더 아프다.
5. 난나는 그려왔던 엄마가 영등포에서 제일 큰 빵집을 한다는 말을 듣고 서울로 찾아갈 결심을 한다.
6. 물이 빠진 갯벌에 걸린 배들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스탭들의 모습은 예쁜 그림을 보는 듯하다.
7. <실락원>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장길수 감독은 관객에게 훈훈함을 전하기 위해 쉴틈없이 지시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