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유흥가. 큼직큼직한 글씨의 유흥업소 간판들이 우후죽순 돋아나 있는 거친 밤길을 포대기에 아기를 업은 깡마른 배두나가 조심스레 걸어들어간다. <굳세어라 금순아>의 주인공 금순이가 남편을 찾아 무작정 밤세계에 들어서는 길, 술집 전단들이 발길에 채이고 금순이가 눈 둘 데라곤 하나도 없다. 이 험한 밤세계에서 금순이는 도대체 무슨 일을 겪는 걸까? 골목을 빠져나올 때, 웬걸, 깨끗했던 얼굴에 온통 검댕을 묻힌 금순이, 옆구리에 남편은 꿰찼으나 등에 업었던 아기는 없어진지도 모른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배두나, 김태우 주연의 코미디물. 전직 국가대표 배구선수 출신 21살짜리 젊은 아줌마 ‘금순이’(배두나)의 하룻밤 유흥가 무용담으로, 거액의 술값 때문에 술집에 잡혀 있는 남편(김태우)을 구하기 위해 생후 6개월의 딸아이를 업고 유흥가에 처음 발을 디딘 금순이가 겪는 좌충우돌을 그리는 영화다. 배두나가 주연을 맡은데다 그 역이 아이엄마라 캐스팅부터 시선을 끈 작품. 이 영화가 데뷔작인 현남섭 감독은 “재미있고 따뜻한 영화, 깜찍한 영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연출의도를 밝힌다.
이날 촬영장에는 행인 엑스트라가 많이 동원됐지만, 실제 행인들이 더욱 실감나는 ‘액션’(?)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취객들뿐만 아니라 구경꾼들도 이날 촬영장의 볼거리였다. 촬영지가 유흥가이면서 학원들이 밀집한 곳이기도 한 탓에 밤늦게 학원을 마치고 나온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거대한 구경꾼 인파를 이루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촬영현장을 지켜봤다.사진 정진환 글 최수임
사진설명
1. “이상해요. 고양이를 무서워했었는데 <고양이를 부탁해> 찍으면서 고양이가 좋아져서 키우고 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아기가 좋아져요. 근데 어떻게, 아기는 어디서 구할 수도 없고….”
2. 현남섭 감독은 <백한번째 프로포즈>등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 잇단 밤샘 촬영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3. 술이 떡이 되게 마신 금순의 남편 현준태(김태우)가 취중에도 아내를 위해 노상 액세서리 좌판에서 헤어핀을 사는 장면.
4. <굳세어라 금순아>는 신생영화사 아인스필름과 ‘난타’로 유명한 송승환의 PMC프로덕션이 공동제작한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감독과 제작자들. “오래 전부터 영화제작의 꿈을 키워 왔다”는 송승환씨는 촬영장에 거의 매일 나오고 있다고 한다.
5. 김태우의 술 취한 연기는 정말 술 마신 사람인 양 진짜 같았다.
6. 배우나가 김태우를 부축하는건지, 김태우가 배두나를 끌고가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