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영화비평을 했을 때는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나는 보았다는 예술가적인 자의식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작업을 하느냐보다 어떤 공동체에 속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신 당선자는 2019년, 2022년에 <씨네21> 영화평론상 최종심까지 올라간 이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과 대산대학문학상 문학평론 최종 후보로 거론됐으나 실제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동시대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비평하며 영화계 외부에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김신 당선자와 만났다.
- 여러 차례 최종심까지 올랐던 터라 이번 수상이 더욱 남다르겠다.
= 오기가 있었다. 작품비평에서 내가 영화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이론비평을 쓸 땐 일부러 이상한 글을 많이 썼다. (웃음) 미디어 환경도 복잡해진 데다 내가 소설이나 웹툰을 창작하는 예술가이기도 해서 나름의 자의식이 있어서인지, 영화 20~30편을 다루는 식의 글로 합격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최종심에서 몇번 탈락하다 보니 이번 도전은 꼭 성공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이상한 글 그만 좀 쓰고 영화비평을 써보라고 조언하기도 했고. (웃음) 그렇다고 원래 방향성을 완전히 꺾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 영화비평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나.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에 가기 전 융합예술학과를 다녔다. 그곳 학생들은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든지 자기만의 특허가 있다든지 재능이 많아서 나도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래픽디자인을 좀 하다가 영화비평을 시작했다. 그때 블로그나 왓챠에서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에서 생긴 우정과 라이벌 의식이 소중한 자산이 됐는데, 요즘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이번에 낸 글 마지막 부분에 담았다. 최근에는 나 <크리티컬>, 비평웹진 <퐁> <콜리그>에도 글을 썼다.
- 이론비평 작품으로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잠입자>,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 이강현의 <얼굴들>을 골랐다.
= 처음 봤을 때는 이해가 잘 안되지만 두세 번째 봤을 때 비로소 좋다고 느껴지는, 사후적으로 깨닫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잠입자>를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왜 좋은지 모르다가 나중에 다시 보니 영화가 너무 잘 이해되더라. (웃음) 원래 <잠입자>와 <소셜 네트워크>를 엮어서 글을 썼는데 주변에서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을 줬다. 그래서 글의 뒷부분을 날린 후, 평소에 많이 생각했던 <유레카> <얼굴들>과 다시 연결시킨 비평을 썼다.
- <씨네21> 지면에는 어떤 글을 쓰고 싶나.
= 일상적으로 보는 것들도 구체적인 이론과 탐구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 틱톡이나 애니메이션, 서브컬처 등 동시대 이미지를 차별 없이 비평하는 글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쓰고 싶다. 그리고 비평을 하면서 내가 예술 작품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깨닫고, 그 방식으로 작업을 할 때도 있는데, 이렇게 경계 없이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