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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넬과 아다마’ 라마타 툴라예 사이 감독, 타는 목마름의 사랑
김혜리 2023-06-09

프랑스에서 성장하고 영화교육을 받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감독의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몇해째 바람을 이어가고 있다. 마티 디옵의 <애틀랜틱스>(2019), 레주 리의 <레 미제라블>(2019),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알리스 디오프의 <생토메르>(2022)가 있었고 올해 칸에서는 경쟁부문의 유일한 신인으로 이름을 올린 세네갈계 라마타 툴라예 사이 감독이 <바넬과 아다마>로 불씨를 이어받았다. 유럽에서 나고 자란 감독의 작품을 아프리칸 시네마라 할 수 있느냐는 반문도 존재하나 라마타 툴라예 사이 감독은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재현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모습을 스크린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넬과 아다마>는 지극히 사랑하는 남녀가 부부로 맺어졌지만 공동체를 떠나 둘만의 새 삶을 시작하기 바라는 바넬의 꿈이, 아다마에게 촌장의 책임을 계승시키려는 마을의 압력과 갈등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이다.

- 당신의 단편 <아스텔>과 첫 장편 <바넬과 아다마> 사이의 연관이 있다면 듣고 싶다.

= 유일한 공통점은 세네갈 다카르에서 차로 8시간 걸리는 북부 세네갈에서 찍었다는 점이다. 시나리오는 장편을 먼저 썼지만 장편 제작과정을 배우기 위해 단편부터 찍었다.

- 첫 영화로 거장들과 나란히 칸 경쟁부문에 선정됐으니 대단한 성취다. 여성으로서 영화산업에 진입하고 말하려는 바를 표현하는 데에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었나. 마음에 둔 원칙이 있다면.

= 칸 경쟁부문에 오를 만한 무언가를 내가 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감독이 되려면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만큼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더 잘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영화의 스탭들은 주인공 바넬의 강인함과 카리스마를 통해 나를 바라보고 신뢰하기로 결심하고 프로젝트에 투신해준 게 아닌가 싶다.

- <바넬과 아다마>에 참고한 영화나 책, 그림이 있었다면.

= 이 영화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비극이자 동화로서 다양한 레퍼런스가 있다. 문학적으로는 토니 모리슨이 중요한 영감이었고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은 마이아 앤절로의 영향을 받았다. 물론 메디아, 레이디 맥베스, 페드라 등 고전 속 여성 인물도 참조했다. 영화적으로는 테런스 맬릭 영화의 촬영, <문라이트> <비스트 오브 더 서던 와일드>가 영향을 줬고, 미술사에서는 에드바르 뭉크와 반 고흐를 꼽을 수 있다.

- 바넬은 새총으로 동물을 쏘는 버릇이 있다. 이런 행동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바넬의 면모는 무엇인가.

= 절망이다. 그리스 신화의 메디아는 이아손에 대한 사랑이 좌절되자 자식을 죽인다. 바넬의 분노는 자연과 작은 동물들에게 투사된다. 나는 종종 바넬을 태양의 딸이라고 부를 만큼, 내면에 신성한 불을 품은, 어쩌면 인간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그래서 거의 추상적인 캐릭터였으면 했다.

- 날씨는 <바넬과 아다마>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도 당신이 표현하려던 바의 일부인가.

= 물론이다. 개인적으로 기후변화를 깊이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직설적인 접근을 하거나 어떤 선언을 하고 싶진 않았다. 기후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날씨는 일종의 메타포다. 자연은 바넬의 캐릭터와 직결돼 있다. 바넬의 마음이 말라붙는 과정과 가뭄의 심화는 나란히 간다. 캐릭터가 더 넓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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