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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 키메라’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 숭고한 것을 가볍게, 신성한 것을 불경하게
김소미 2023-06-09

<행복한 라짜로>에 이어 알리체 로르와커가 또 한번 이탈리아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 초월적 지대를 열어젖힌다. 죽은 연인과 만나기 위해 지하 세계를 파헤치고 다니는 도굴꾼 아서(조시 오코너)의 슬픈 모험극인 <라 키메라>는 현대 신화를 자처하며 이번에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바보 라짜로의 여정을 따라 자본주의가 퇴색시킨 이탈리아의 유산을 쓸쓸히 살폈던 <행복한 라짜로>의 연속선상에서 <라 키메라>가 엿듣는 것은 고대 에트루리아 유물들의 귓속말이다. 한몸에 두개의 존재가 접붙은 신화 속 동물 키메라처럼 지상과 지하, 미와 추, 부와 가난을 움켜쥔 로르와커는 이 모든 것들을 거대한 영화의 무덤 안에 수장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 비공식적 3부작이라 할 수 있는 <더 원더> <행복한 라짜로>에 이어 인물의 경험이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을 오가며 초월적으로 그려진다. 이런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 생명체는 여러 방향으로 자신의 실존을 드러낸다. 신화가 그렇고 현대에는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이 그렇다. 나는 언제나 내 영화가 이런 가치를 반영하길 원한다. 인간만이 일관성이나 통일성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라 키메라>를 복잡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해두고 싶다. 아서의 현실은 비극적이지만 그는 때로 시끌벅적하고, 부드럽고, 사랑이나 웃음이 넘치는 순간 속에도 존재한다. 숭고한 것을 가볍게, 신성한 것을 불경하게 다루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바이다. 유물과 도굴꾼이 한 장소에 공존하는 것과 같다.

-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의 스타 조시 오코너가 이탈리아 북부를 떠도는 이방인으로 나온다.

= 이방인의 시선은 처음부터 중요한 설정이었다. 배우 조시 오코너를 만났을 때 이 작품이 지닌 상실감을 깊이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아서의 성격은 훨씬 분노감이 심했지만, 오코너가 그보다 시적이고 차분한 모습으로 주인공의 성격을 재해석했다.

-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뒤집힌 상, 포스터 속 거꾸로 매달린 남자는 어떤 의미인가.

= 지하 세계를 감각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카메라의 상하 반전은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취한 선택이었다. 영화의 주제나 매너를 하나의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딸이 친구들과 타로카드를 갖고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단순한 이미지로 다층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타로카드야말로 이탈리아적이고 <라 키메라>를 대변하기 적절한 것이었다.

- 로마가 아닌 에트루리아 신화에 기반한 이유는.

= 나는 수십년간 이탈리아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고 내 집은 오래된 에트루리아 유적 동굴 위에 있다. 내 명상적인 삶과 본능은 로마인의 것과 매우 다르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이 기억될 수 있도록 삶을 위한 거창한 기념비를 세웠지만 에트루리아인들은 그저 죽은 사람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무덤을 만들 뿐이었다. 한마디로 에트루리아인들은 내 발 아래의 저승 세계에서 지금도 영원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대비는 대도시와 프로방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속도가 현격이 달라진 오늘날의 이탈리아를 말해주기도 한다.

- <행복한 라짜로>에 비해서도 실험적 이미지를 시도한 듯 보인다. 렌즈 크기와 프레임 비율, 각각의 숏이 보여주는 스타일이 모두 불균질하다.

= 촬영감독 엘렌 루바르와 나는 흙 위에서 파생된 이미지를 생각했다. 살아 있고, 나이가 들고, 점점 떠나가고 있는 상태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규율을 벗어난 거친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을 도입했다. 우리는 16mm, 슈퍼 16mm, 35mm를 오가면서 아마추어적인 화면이나 오래된 속임수들을 활용했다. 영화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자 일부는 누벨바그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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