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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19호> 촬영현장
2002-06-05

˝웃지 말기! 고개 숙이지 말고!˝

오월 햇살이 엷게 내린 논현동 KMTV 사옥 옆 주차장, 군인들과 학생들이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 가수 홍경민을 체포하려는 군인들과 자신들의 우상인 ‘오빠’를 구해내려는 10대들의 한판 승부다. 싸움이 될까 싶지만, 발차기라도 할 듯 핀으로 교복 치마 하단을 바지처럼 고정시키고 양팔을 걷어붙인 이 10대들, 눈빛이 장난 아니다. 슛 사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일제히 달려드는 이들의 기세에,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군인들도 정색하지 않을 수 없다. 삽시간에 때리고 맞고, 매달리고 밀치다가 여기저기 나둥그러지는 난투극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주차장. <긴급조치 19호>의 클라이맥스를 촬영하는 이날 현장에서는 출연진들의 육탄전이 계속됐다.

<긴급조치 19호>는 세계 각지에서 가수들이 대선주자로 인기를 누리는 가상의 근미래를 무대로 한 코미디. 마이클 잭슨이 미국 대통령에 선출되자, 위기를 느낀 대통령은 노래를 금하고 가수들을 잡아들이라는 긴급조치 19호를 선포한다. 하지만 스타들이 쫓기는데 팬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딸이자 홍경민 팬클럽 회장 민지로 분한 공효진을 대장 삼아 MTM, 실제 팬클럽 등에서 나온 10대들, 군인 아저씨 조연들은 ‘액션’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KMTV 홀에서 콘서트를 하다가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홍경민을 구출하고, 게스트 순서를 위해 막 도착한 김장훈의 차로 둘을 피신시키는 것이 이날의 촬영분. 맨땅에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몇번의 NG가 이어지자 공격에 은근히 힘이 실리는 듯도 하지만, 소녀들의 웃음만은 끊이지 않는다. “웃지 말기! 고개 숙이지 말고!”를 외치는 김태규 감독은, 흰 반바지에 단화 차림으로 감독 의자에 앉을 새 없이 현장을 누볐다. 충무로 조감독 생활을 거쳐 97년 <마지막 방위>로 데뷔한 이래 오래 기다렸던 두번째 영화다.

<긴급조치 19호>는 <조폭 마누라>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서세원프로덕션의 신작. 촬영 짬짬이 팬들의 사진 공세를 받느라 카메라 앞에서 놓여날 줄 모르는 홍경민, ‘빨강머리’ 김장훈을 비롯해 다양한 가수들이 실제 출연해 코믹한 웃음을 거든다. 지난 28일 크랭크업했으며, 오는 7월 중순 극장가를 찾아갈 예정이다. 둔 사진 오계옥·글 황혜림

사진 설명

1. "오빠 잡히면 우리 죽는거 알지?" 다급하게 소리치는 민지와 고마움을 전하는 경민.

2.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 "오빠를 구해~"라는 민지의 한마디면 모두들 달려들 만반의 태세를 다지고 있다.

3. 경민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표적인 김장훈. 콘서트 게스트로 왔다가 얼결에 쫓기는 경민을 차에 태우고 도망간다.

4. 군인들과 10대 팬들들의 난투는 몸을 사리지 않고 싸워야 하는 연기자들은 물론, 카메라를 들고 뛰는 촬영팀과 김태규 감독에게도 난제였다.

5. 쉴새없이 몸으로 뛰어 현장을 지휘하는 김태규 감독.

6. 콘서트 도중 군인들에게 끌려나온 경민. 민지와 팬들의 도움으로 양쪽 군인들을 때려눕히고 탈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