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촬영현장에선 감독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없다. 160cm가 채 안 되는 자그마한 체구의 모지은 감독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만 의자에 앉아 있을 뿐, 잠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스탭들이 부르는 그의 별명은 ‘모길동’. 처음으로 카메라 세대를 돌리는 난감한 촬영 때마저 그는 모니터를 들여다보자마자 오케이 신호를 보내고 곧바로 배우들에게 달려간다. 스물여덟 젊은 감독이 이끌어가는 <좋은 사람…>의 촬영현장은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화끈하다.
<좋은 사람…>은 커플 매니저 효진과 그녀의 고객 현수가 서툴게 엮어가는 예쁜 사랑 이야기. <텔미썸딩>에 참여한 인은아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고 <친구>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스토리보드를 그린 모지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제작을 결정한 영화세상의 안동규 대표는 “이렇게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된 영화는 보기 드물 것”이라고 자부한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무렵 시나리오를 받아 8월2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자랑할 만도 한 속도다. 그러나 안동규 대표가 2001년 최고의 흥행배우 신은경과 정준호보다 더 큰 보물이라고 여기는 행운은 모지은 감독이다. “이미 머리에 다 들어 있는 그림을 카메라로 찍는 건데 망설일 까닭이 있나요”라고 반문하는 모지은 감독은 “영화 만드는 것도 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기 드문 신인이다.
<좋은 사람…>의 또 하나의 자랑은 웬만해선 섭외하기 힘든 장소들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 두 군데를 비롯해 한국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명소들을 제작부의 노력으로 힘들게 섭외했다고 한다. 대규모 미팅 이벤트 촬영과 양수리에 위치한 효진의 사무실 세트 촬영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무리한 <좋은 사람…>은 이제 관객과의 기분 좋은 만남만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정진환·글 김현정
사진설명
1. 현수(정준호)가 효진(신은경)의 책상 밑에서 공기총을 발견했다. 효신용치고는 너무 지나친 것 같지만, 효진의 공기총에는 실연당한 한 여자의 사연이 숨어 있다.
2.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신은경과 정준호, 모지은 감독. 신은경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답게 귀엽게 보이도록 덧니를 박아 넣는 '성형수술'까지 받았다.
3. 청담동의 어느 커피 전문점 앞. 효진은 조금만 우아하게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려오는 특유의 증상 때문에 현수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
4.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한 미팅 이벤트 장면. 날씨 때문에 영화촬영 중 유일하게 일정에 차질을 빚은 장면이기도 하다.
5.모지은 감독은 스스로 "목소리도 크고 욕도 잘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본인보다 나이 많은 스탭들을 무리없이 이끌면서 촬영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