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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대행사’

VC그룹 계열사인 VC기획에서 상무에 해당하는 제작본부장으로 승진해 여성 최초로 그룹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회사가 그에게 원하는 것은 여성 친화적 그룹 이미지를 선전하는 얼굴마담이었고 회장 딸 강한나(손나은)를 임원으로 앉히는 데 잡음을 없애는 레드 카펫이었다. 물론 고아인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1년짜리 시한부 임원으로 칼을 빼든 그가 자리를 건 벼랑 끝 전투를 벌이고 역전하는 것이 JTBC 드라마 <대행사>의 패턴. 아인이 광고계의 접대 문화와 사내 정치를 청산하고, 수수한 차림새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재를 승진시키는 업적을 쌓는 동안, 그를 우습게 보고 이용했던 최창수 상무(조성하)는 스머프를 잡기 위해 함정을 파는 마법사 가가멜 같은 역할로 예정된 실패를 수행한다.

여성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게 양념과 사이다의 개운함을 반복하는 전략은 클라이언트의 욕망을 파악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극중 광고인들의 업과 겹친다. 그리고 “인식을 심어주고 여론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일”이라는 대사에서 또 하나의 전략을 짐작한다. 아인의 팀에서 승진한 워킹맘 조은정 CD(전혜진)는 엄마가 백수가 되길 바라는 일곱살 아들과 갈등이 있고 아인은 일곱살 때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응어리를 품고 자신을 성공으로 몰아붙여온 사람이다. <대행사>는 이를 여성 캐릭터가 겪는 죄책감과 약점으로 전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닥치면 짐작보다 담담하게 풀리는 전개를 택한다. 회사 다니는 엄마 덕분에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맛있고, 고기가 맛있는 자신이 서럽기도 하면서 어른이 되어갈 은정의 아들. 35년 만에 만난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하면서도 가정 폭력으로 도망치며 살아온 엄마의 시간을 수용하고 일곱살 무렵의 상처를 마흔 넘은 어른답게 맞닥뜨리는 아인을 보며 인식을 심고 여론을 만드는 대중매체의 역할을 생각한다.

CHECK POINT

<대행사>에서 35년 만에 자신을 버린 엄마와 재회하는 역할을 맡은 이보영은 tvN <마더>에서는 30년 만에 자신을 버린 엄마와 만난다. 싸늘한 말투로 시작해 “나를 버려야 아주머니가 살 수 있었냐”고 부서질 것처럼 연약하게 묻는 <마더>의 수진. 엄마에게 야속함을 퍼붓고 용서한 건 아니라면서도 엄마가 차린 누추한 밥상에 마주 앉아 묵묵히 숟가락을 뜨는 아인.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반복한 상투적인 상황에, 다른 결로 반응하고 설득하는 이보영의 연기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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