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하트가 뜬다. 천계영 작가의 만화 <좋아하면 울리는>에 등장한 애플리케이션 ‘좋알람’만큼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딱 맞는 설정이 또 있을까. 웨이브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은 이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삼는 한편, 동성에게도 하트(호감)를 줄 수 있다는 룰을 제시하며 느슨해진 이성애 예능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여성에게도 마음이 열려 있다는 여성, “남자한테 ‘심쿵’한 경험도 있다”라며 다른 남성에게 하트를 보낸 남성, 옆 사람과의 스킨십이 걸린 게임을 할 때 ‘굳이 남-녀-남-녀로 섞여 앉을 필요 있느냐’라는 질문 등 기존 연애 예능을 지배하던 이성애 각본에서 한 걸음 벗어나자 출연자들의 관계는 훨씬 다채로워진다. 동성은 모두 경쟁자, 이성은 쟁취의 대상이 아니라 동성간에도 호감과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이성간에도 편안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이 펼쳐질 때 이것은 더이상 ‘남의 연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본 없는 청춘 로맨스 드라마로서의 새로운 판타지를 제공한다.
‘꽃사슴’과 ‘팅커벨’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듯하던 ‘자스민’이 다른 여성 출연자 ‘백장미’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10회는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다. 자스민의 속마음을 들은 ‘타잔’이 “뭔 말이고? 장미는 여자잖아!”라며 당황하다가 이내 “니 LGBT가?”라는 정확한 용어로 다양한 성적 지향을 호명하는 순간 터지는 웃음은, 어쨌든 세상이 여기까지 왔다는 데 대한 반가움과 일종의 통쾌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스민의 데이트 신청에 자신이 가진 하트를 전부 써서 보답하고, 처음으로 꽃사슴이 아닌 자스민을 향해 ‘좋알람’을 울린 백장미의 마지막 선택은 어떻게 될까. 남의 연애에 과몰입하지 말자고 다짐해보지만, 매회 오열하는 MC 홍석천처럼 어느새 웃으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CHECK POINT
홍석천은 자신이 100% 이성애자라고 믿는 타잔을 보며 “다시 생각해”라고 핀잔하고, 두 남성의 친밀한 모습에 “저렇게 하다 둘이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많은 예능에서 홍석천의 말들은 이성애자 집단 속 유일한 동성애자로서 견고한 이성애 세계에 부딪혀 부서지는 농담처럼 소비되었지만, 출연자들이 동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이 세계에서는 그의 말은 구체적 가능성을 향하는 문으로 존재한다. 그러니 그가 울 때마다 함께 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