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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박홍열, 황다은 감독, "그림자 노동을 하는 돌봄 노동자의 존재를 드러내는 법"
이유채 사진 최성열 2023-01-12

분홍이, 오솔길, 논두렁, 자두. 별명으로 불리는 이들은 60명의 아이에게 놀이와 생활을 가르치는 교사지만 몇년을 일해도 경력이 ‘0년’ 처리되는 돌봄 노동자다. 초등 돌봄 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한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마을 방과후에서 일한다는 이유에서다. 박홍열 촬영감독과 황다은 드라마 작가가 이들의 존재와 저평가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자 카메라를 들었다. 두 감독의 세 번째 공동 연출작인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에는 부부인 이들이 두 아이를 보내며 인연을 맺은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3년이 담겼다.

-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위해 제작사(스튜디오 그레인풀)를 차리고 배급과 홍보를 직접 하고 있다.

박홍열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시작으로 재미난 것들을 해보려고 회사를 만들었다. 자체 배급과 홍보 모두 처음이다 보니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몰라 많이 헤맸다. 그래서 극장 배급 담당자들을 일일이 만나고, 기자들의 메일 주소 100개를 긁어모아 어설픈 글을 보냈다. 다행히 대부분 영화의 취지에 공감해주셔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전국 40개 이상 상영관을 확보한 상태고, 홍보 메일은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 이제 제대로 발송하고 있다. 사실 우리 둘만 이 일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니다. 도토리 마을 방과후 조합원들이 발 벗고 개봉 지원 준비단까지 꾸려 함께하고 있다. 이들 역시 영화의 공동 제작자임을 강조하고 싶다.

- 언제 처음 마을 방과후 교사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나.

황다은 2019년에 조합원 교육을 받는 자리에서 논두렁 선생님이 마을 방과후 교사의 현실을 주제로 솔직하게 발표하셨다. 경력 인정도 안되고, 지속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저 장가 못 갈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데 그 한마디가 마음에 박혔다. 그전에도 선생님들의 저임금 문제랄지 직업적 고충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이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으니까. 가족에게 마을 방과후 교사에 대해 설명해도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 거냐고 되묻는다는 분홍이 선생님의 발표도 충격이었다. 이후로 조합 내에서 이런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고 선생님들의 일이 사회적으로 호명되고 제도적인 개선도 가져올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는 데까지 의견이 모였다.

-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에는 선생님들이 회의하는 모습이 중점적으로 담겼다. 러닝타임 94분 동안 긴 회의 장면이 12번이나 나오더라.

박홍열 그림자 노동을 하는 돌봄 노동자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일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을 방과후 교사의 일상은 교사회를 중심으로 여러 위원회와 소모임 같은 회의 그 자체니까 관객이 지루하게 느낄지라도 반드시 넣어야 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아이들의 일상이 똑같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매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회의하는지 알리고 싶었다.

황다은 코로나 긴급 돌봄 체제로 운영되면서 선생님들의 근무 시간이 종일로 늘어났고 나들이를 대신할 실내 활동을 구상하느라 회의 시간도 더 길어졌다. 내밀한 이야기가 오가는 회의를 카메라를 켠 채 열어야 했는데 또 한명의 동료 교사가 앉아 있는 것 같다며 이해해주셔서 감사했다.

- 인터뷰나 교사의 개인사가 담긴 장면은 전혀 없고, 클로즈업이 거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다.

박홍열 그렇다. 우리 둘 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지 잘 아는 사람들이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구성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황다은 어떤 극적인 요소나 감동 포인트를 배제하고자 카메라와 인물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찍었다. 내가 맡은 내레이션도 선생님들이 평소에 한 얘기와 쓴 글로만 구성했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내가 고스란히 대변한다는 마음으로 녹음했다. 내레이션에 사용한 글은 영화 개봉(1월11일)에 맞춰 <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개봉 이후의 일정이 상당히 빡빡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홍열 선생님들의 회의가 반드시 극장에서 체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관객과의 대화(GV) 일정을 매일 잡았다. 어떤 날은 GV를 하루에 3번, 부산과 서울에서 동시에 진행하는데 둘이니까 찢어지면 된다. 체험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아바타: 물의 길>이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의 경쟁작이다. (웃음)

- 박홍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을 다루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노란문> 촬영과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후반작업도 병행하고 있지 않나.

박홍열 <노란문>은 봉준호 감독 인터뷰만 하면 촬영은 끝난다. <원더랜드>는 촬영감독이 여러 명이다. 나는 탕웨이 배우 분량만 찍었다. 아마 1월에 전체 후반작업이 끝날 것 같다. 황다은 감독은 대본 넘기는 것도 미룬 상태다. 둘 다 1, 2월은 영화를 위해 본업을 아예 하지 않기로 정했다. (웃음) 앞선 말을 잇자면 국회 상영이 목표 중 하나다. 돌봄에 다양한 가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국회에 전달된다면 돌봄 노동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 영화가 좋은 정치적 도구로 쓰이길 바라고 있다.

황다은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한 존재가 한 존재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곁을 내어줬을 때 그것이 주는 온전한 위로와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관객이 그 큰 힘을 깊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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