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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7호 [프리뷰] 베레나 파라벨,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감독 감독, ‘인체해부도’
이우빈 2022-10-13

<인체해부도> De Humani Corporis Fabrica

베레나 파라벨,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 프랑스, 스위스 / 2022년 / 118분 / 21세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선

10월13일/20:00/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카메라가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길 반복한다. 정확히 어디인지조차 불분명한 인체 내부의 선홍빛 내장이 드러나고, 안구와 두개골 그리고 척추가 절개된다. 슬래셔 무비를 떠오르게 하는 이런 묘사는 사실 한 인류학 연구물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하버드대 감각민족지연구소의 베레나 파라벨, 루시엔-카스탱 테일러가 카메라를 통해서 인류의 여러 모습을 관찰하고, 그 속에 참여하여 찍어낸 결과물이다. 2012년의 <리바이어던>에서 고프로 히어로 카메라로 선상의 어업 현장과 바다 밑을 휘저었던 것에 이어 <인체해부도>에선 초소형 립스틱 카메라로 신체 안팎을 항해하듯 누빈 것이다. 일상에선 쉬이 접할 수 없던 병원 안 인간들의 생활, 인간들의 신체를 스크린에 투영하되 해당 장면을 해설한다거나 등장인물이 누구라거나, 이것이 어떤 수술의 과정이라거나 하는 정보들은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사실 <인체해부도>는 그런 일련의 정보를 무척이나 무용한 것으로 여긴다. 즉 현실은 그저 마주하고, 감각해야 하는 것일 뿐 누군가가 현실을 대신 설명하거나 해석한다면 그것은 찍히는 대상의 주체성을 박탈하는 오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인체해부도>가 영화사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류학 연구물이지만은 않다. 당장 안구의 표면을 뚫는 장면에선 <안달루시아의 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또 애초에 민족지 영화란 1922년 <북극의 나누크>부터 1960년대 프랑스의 시네마베리테 사조를 경유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유래 깊은 영화 분야다. 감각민족지는 이런 역사의 계승 혹은 변형으로서 더 직관적인 현실의 양태를 영화에 담으려 한다. 또한 카메라의 눈을 빌려 인간의 눈이 닿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선 분명하게 지가 베르토프의 키노-아이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즉 <인체해부도>는 학술과 예술의 교집합에서 두 분야의 성취를 고루 이루려는 야심 찬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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