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 The Day after Yesterday
윤지혜 / 한국 / 2022년 / 76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월10일/13: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10월12일/10:30/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0월13일/20: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영화는 언제 끝이 나는가. 극장에 불이 켜지고 문을 나설 때 영화는 끝이 난 걸까. 이야기가 끝나도 지속되는 영화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는 영화와 현실 사이의 장막을 조금씩 걷어내고 질문을 던진다. 극장 안에는 관객이 별로 없고 몇몇 관객은 이미 잠들어 있다. 화면에는 흑백의 풍경들이 사진첩처럼 쌓여가고 조용한 내레이션으로 숫자를 읊조린다. ‘오늘로 여든여섯 번째 당신을 떠나왔습니다. 이쯤 되면 당신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지칭하는 것이 남자인지, 누군가를 향한 기억인지, 혹은 영화인지 알 길이 없다. 스크린이 어두워지면 남녀는 극장을 나와 말없이 헤어진다. 얼마 뒤 여자는 남자의 집 주변을 서성이고 인근에서 촬영 중인 영화 현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영화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순간 현실과 영화의 벽이 무너지고 기묘한 연결이 시작된다. 윤지혜 감독은 익숙한 이야기 중심의 영화를 해체시키고 또 다른 관점에서의 영화보기를 시도한다. 침묵은 움직임을 부각시키고, 정제된 움직임은 우리의 시선을 앗아간다. 그렇게 영화‘보기’는 영화‘되기’로 이어진 끝에 우리가 지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화면 위에 소환한다. 영화와 현실, 환상과 진실 사이를 배회하는 하룻밤의 꿈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