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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7호 [프리뷰]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미래의 범죄들’
임수연 2022-10-12

<미래의 범죄들> Crimes of the Future

데이빗 크로넨버그 / 캐나다, 그리스, 프랑스, 영국 / 2021년 / 108분 / 아이콘

10월12일 20:00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고도로 기술이 발달해 신체의 소유와 통제, 자유로운 변종이 가능한 어느 미래, ‘진화의 가속 신드롬(Accelerated Evolution Syndrome)’을 맹신하는 공연 예술가 사울(비고 모텐슨)은 새로운 장기를 삽입하고 제거하는 전위극을 올린다. 특히 그의 조수 카프리스(레아 세두)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장기에는 멋진 타투를 새기고 암으로 번지는 종양은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이들의 메인 퍼포먼스다. 사울과 카프리스가 해부 작업을 자진하고 이에 관중이 몰리는 이유는 쾌락 때문이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종으로 진화한 인류에게 “수술은 새로운 섹스”가 된다. 평범한 자극에 만족할 수 없는 미래의 호모 데우스는 극단적인 촉각적 감각을 통해서만 흥분할 수 있다. 크로넨버그가 1970년 연출한 동명의 영화가 있지만 서사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그의 1980~90년대 영화들, 예컨대 <비디오드롬> <엑시스텐즈> <더 플라이> <크래쉬> 등이 천착했던 주제를 정확히 계승하고 있다.

기술 진보 이후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확장된 인간성과 섹슈얼리티의 이미지를 전복적으로 상상했던 크로넨버그는 <미래의 범죄들>에서 신체 내부로 들어가 진화한 생체 기계와 쾌감의 메커니즘을 실체화한다. 그의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래의 범죄들>이 제시하는 혐오스런 상상력과 이미지 역시 인간성의 사유를 독창적으로 촉발한다. 이들의 비밀 공연장은 죽음에 초연한 허무주의적 세계관을 시각화한 공간이며, 신체 변형은 과시적인 고어보다는 차분한 종교 의식처럼 이루어진다. 난해하고 불친절한 내러티브의 장벽이 예상되지만, 79살의 노장 감독이 고집 있게 완성한 미래의 묵시록은 서늘하게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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