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삶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날씨에 빗대 표현한 작품이다. 태풍이 예고된 어느 날 아침, 접촉 사고로 엮인 해양교통 관제사 김인우와 기상 감정사 이해린은 불과 몇 시간 뒤 필연처럼 재회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인우가 자신이 연관된 석양호 사고의 유가족이 해린임을 알게 되면서 맑았던 둘의 관계는 삽시간에 흐려진다. 결국 인우는 해린을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문지온 작가에게 비극을 소재로 한 로맨스를 집필하며 느꼈던 복잡한 마음에 대해 들었다.
- 이야기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부터 듣고 싶다.= 시놉시스를 구상하며 산책하다 문득 떠올렸다. 그날은 맑았는데도, 태풍이 생성돼 절정에 이르렀다가 소멸하는 과정에 맞춰 사랑의 감정을 전개해나가면 좋겠다 싶었다. 남녀주인공의 관계는 당시 내 마음의 기저에 세월호에 관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인지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로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사고 책임이 있는 관련자와 피해자의 유족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위험의 소지가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쓰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내 글을 읽은 지인들이 그런 우려를 표해서 후에 걱정이 되긴 했다. 김인우라는 인물에게 어떤 결말을 안겨야 할지 고민도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정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재난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층위에서 본다면 하나의 멜로로, 죄를 지은 사람이 자기 잘못을 노출하고 인정하면서 달라지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두 주인공의 직업이 구체적이고, 재판 장면의 비중도 상당해서 자료 조사가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집필 전에 어떤 준비를 했나.= 우선 기상학을 석사 수준으로 공부했다. 핵심 소재인 2012년 석정36호 침몰 사고를 비롯한 많은 해난 사고를 취합해 정리했다. 두 주인공이 재회하는 해양수산연수원이 어떤 곳인지는 주로 논문을 참조했다. 인우의 직업인 해양교통 관제사에 관한 정보는 실제로 그 일을 한 현직자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얻었다. 자료 조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임했다.
- 신마다 장소와 시간뿐만 아니라 강한 비바람, 맑음 등 날씨를 표기한 게 특이했다. 날씨 상태를 디테일하게 설정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날씨 변화에 따라 인물의 감정이 달라지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싶었다. 주로 비바람을 적었는데, 마음 같아선 더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싶었다. 조사하면서 실제 태풍 때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정신없을 것 같아 비바람의 강도를 달리하는 정도로 자신과 타협했다.
- 사랑에 빠질 두 인물을 어떻게 처음 만나게 할 것인가는 멜로드라마를 쓰는 모든 작가의 고민일 듯하다. <오늘의 날씨>에서는 자동으로 펴진 해린의 우산이 인우의 안경알을 깨뜨리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날씨와 관련된 임팩트 있는 에피소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동 우산이 그렇게까지 파괴력이 있나 싶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여기서 저 끝까지 날아간다. 찾아보니 그런 경험을 나만 한 게 아니더라. 드라마에도 많이 나온다. 내용이 어려운 편이라 부드럽게 가는 신이 필요했는데 첫 만남 신이 그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 극중 선박 침몰 사고가 있었던 과거 장면을 얼마나 또 어느 시점에 넣어야 할지도 신경 썼겠다.= 균형점을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 시청자의 이해를 위해서 넣긴 넣어야 하는데, 해린과 비슷한 고통을 겪은 누군가가 이 장면을 통해 같은 고통을 다시 겪게 할 수는 없었다. 사연 있는 인물의 과거를 보여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버전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다시 한번 열심히 고민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