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소녀>는 1995년생 남아름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아버지가 세월호와 국정 농단 시기 박근혜 정부의 요직에 있었기 때문에 촛불 집회에 선뜻 참여할 수 없었던 딸 아름의 복잡한 심경이 영화에 절절히 담길 예정이다. 개인의 딜레마를 다루지만 함께 작업 중인 허윤수 프로듀서의 말처럼 “세월호와 촛불 민주주의를 경험한, 희생자와 또래였던 세대가 지금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느끼는지 이야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 <애국소녀>는 아버지에게 쓴 편지 한장에서 시작됐다.= 그렇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그해 다음달 5월. 재수학원에서 어버이날 기념으로 편지를 쓰라고 하기에 난 아버지에게 썼다. 당시 아버지는 세월호 특별지원단에서 일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게 나라냐”라고 외칠 때, “이것도 나라다”라고 맞서야 하는 아버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몰랐고,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는 부분도 있어서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아빠가 힘들었으면 좋겠고, 끊임없이 죄의식을 가지고 자책했으면 좋겠다’라고. 그 뒤 답장을 받지 못해 아버지가 내 편지를 무시했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그걸 2019년에 부모님의 귀중품 보관용 서랍에서 발견했다. 오해가 풀리자 그동안 아버지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세월호에 관한 질문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라면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그런데 기획안에는 정작 그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없더라.= 몇번 질문하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다시 물어볼 용기가 생겼다. 아버지는 아직 내가 상 받은 걸 모르신다. 곧 상패와 <씨네21>에 실린 내 기사를 들고 가 질문할 계획이다.
- 아버지는 공직자, 어머니는 인권운동가다. 태생적으로 정치적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는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정확히 그랬다. 항상 혼란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집회에 참여하고 퇴근하는 아버지와 함께 집에 갔다. 아버지를 만나러 청사에 갈 때마다 정부에 분노한 시위대와 막아서는 전경들과 마주쳤다. 그때부터 ‘아빠가 정말 나쁜 사람인가,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아빠는 그렇지 않은데’라는 고민을 안고 산 것 같다.
- 영화에 출연하도록 가족을 설득하는 일은 어땠나.= 예전 내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적이 있었던 어머니는 쉽게 섭외했다. 아버지와 여동생에게 오케이 사인을 받기까지는 1년 정도 걸렸다. 처음 기획 때 아버지는 현직 공무원이니 얼굴이 나오는 인터뷰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실루엣만 나오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싶어 아버지에게 내가 이 작품을 왜 하고 싶고, 이 이야기가 세상에 왜 꼭 필요한지 끊임없이 설명한 끝에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 사실 나와 정치적 이념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 세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아예 관계를 끊는 쉬운 방법도 있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들과 ‘손절’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주고 있다.=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와 손절한다고 해서 내 삶이 행복해질까. 그러지 않을 것 같다. 계속 불편할 것 같다. 함께 잘 살고자 내미는 마지막 손길마저 거두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애국소녀>는 오랜 나의 딜레마에 대한 고백이자, 아버지에게 느껴왔던 단절감을 극복하고 화해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개인적인 결과물로만 읽히길 바라지 않는다. 이 작품이 세월호라는 공동의 트라우마에 대해 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현재 민주주의 사회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역할까지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