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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콘텐츠가 뜬다] ⑥‘포켓몬스터 W’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김민주 성우 "경험과 성향이 목소리의 깊이를 만든다"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22-09-22

‘민주민주’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는 김민주 성우는 대원방송 6기 최연소 남자 성우로 데뷔한 이후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차세대 주자다. “솔직히 말하면 목소리 연기의 분야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2017년 프리랜서로 전향할 즈음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까지 오디오 콘텐츠가 확장되고 있다. 멀티태스킹 시대인 만큼 무언가를 하면서 듣는 콘텐츠가 늘어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듣는 재미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애니메이션,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게임, 웹소설과 드라마 티저 등 그야말로 목소리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만날 수 있는 그에게 오디오 콘텐츠의 확장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 대원방송 6기로 성우 데뷔를 했다.

= 예전에 ‘세이클럽’이라는 사이트에서 아버지가 음악방송을 하셨다. 그때 아버지가 쓰신 마이크를 가지고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고 녹음하며 놀았다. 내 목소리가 이렇구나, 진짜 이상하다 하면서. (웃음) 그러다 커버곡을 올리는 카페를 알게 됐는데 거기에 애니메이션 대사 등을 짧게 녹음해서 올리곤 했다. 댓글을 통해 처음으로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나에겐 칭찬이 동기 부여의 핵심이었다. 잘한다는 칭찬을 듣다보니 더 하고 싶어지고, 열심히 하게 되고, 성우 학원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성우의 길을 걷게 됐다.

- 당시 남자 성우 중 최연소였다. 성우 지망생들이 비결을 궁금해할 것 같은데.

=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학창 시절 내내 MP3에 노래 대신 라디오 드라마 파일을 담아서 듣고 따라 했다. 듣다보면 디테일들이 잡히는 순간이 있다. 습관처럼 몸에 스며든 것들이 나름 데이터가 되어 도움이 된 게 아닌가 싶다. 2015년 대원방송에 입사했는데, 2015년에 사주가 정말 좋았다. (웃음) 연기보다는 가능성을 좀더 봐주신 것도 같고, 긍정적이고 밝은 태도를 어필하려고 노력했다.

- 어린 나이에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장단점이 있을 텐데.

= 23살에 입사하다보니 아무것도 몰랐다.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주변을 따라가긴 버거운 점들이 많았다. 성우는 목이 좋은 만큼 귀가 밝다.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듣는 게 중요하다. 다들 관찰력이 좋아 분위기를 잘 살핀다. 솔직히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실감이 안 가는 부분도 있고 모든 게 행복했기 때문에 좋게 포장하자면 해맑은 강아지 같았다고 할까. 눈치 없고 모자란 게 많았는데 막내라는 이유로 너그럽게 봐주셨다. 일찍 시작해서 좋은 점은 피지컬적으로 조금 유리한 면이 있다. 운동선수처럼 성우도 목, 특히 목근육이 중요하다. 경험이 쌓이면 기교로 호흡을 조절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쪽에 가깝다. 목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오디오 드라마, 무비 등 오디오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7년 프리랜서가 돼서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업계에 차이가 많은가.

= 변화를 실감한다. 성우가 된 2015년에는 확실히 공중파로 송출되는 방송 일이 많았다. 그러다 점차 플랫폼이 늘어나고 채널도 다양해졌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는 물론 유튜브, 음악방송 등도 늘어났다. 예전에는 성수기, 비성수기의 사이클이 분명했다면 지금은 1년 내내 일이 분포되어 있다. 또 예전에는 방송을 중심으로 사이클이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창구가 많아진 만큼 일이 분산되고 주기가 불규칙적으로 바뀌었다. 프리랜서로 다양한 일을 하다보면 빨리 투입되어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언제든지 꺼내어 쓸 수 있도록 목소리 연기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중이다.

- 애니메이션 더빙,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게임, 웹소설 티저 더빙 등 전방위로 활동 중이다.

= 프리랜서는 선택받아야 일할 수 있다. 들어오는 일을 가리지 않고 다 해보려고 한다. 성우 분야가 의외로 좁고 녹음실마다 연결되어 있다. 맡겨진 역할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내가 할 수 있는 몫이 점차 늘어갈 거라고 믿는다. 그렇다고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다보면 역할에 갇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에서의 연기와 게임에서의 연기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애니메이션은 전체적인 흐름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게임 같은 경우 일종의 효과음을 낸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때릴 때 타격감을 주는 것처럼 기능적인 소리를 낸다는 감각으로 게이머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중요하다. 콘솔과 휴대폰 게임은 또 다르다. 가령 콘솔은 좀더 멀리 뻗어나가는 감각으로 대사를 한다. 분야별 차이를 배우면서 만들어나가고 있다.

- 목소리가 미성이라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연하남 역할을 많이 했다. 변성도 잘하고 연기력도 좋고 젊고 세련된 목소리를 많이 맡는다는 인상이다. 특별히 선호하는 역할이나 기억에 남는 역이 있을까.

=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 아직은 내 캐릭터가 무엇인지 잡아가고 있는 단계다. 이제 곧 데뷔 10년차라 A급 성우로의 등록을 앞두고 있다. B급 성우일 때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것들이 있는데, A급이 되면 그만한 책임이 필요하다. 당장 감히 엄두도 내기 어려운 선배님들 사이에서 나의 필요를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특별히 선호하는 역이라기보다는 감성의 결에 맞는 역할들은 있었다. 결국 목소리 연기도 본인의 경험이나 성향에서 스며나오는 것들이 깊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예를 들면 <포켓몬스터 W>의 렌지 박사가 나와 감성의 결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 SNS 활동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팬들의 응원이 활발하다. 얼마 전 팬들이 상암DMC에 전광판도 설치해주고 생일 카페도 열었다.

= 쑥스럽고 감사하다. 아직 부족하고 성우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꿈꾸는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이다. SNS를 안 하는 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걸 잘하지 못해서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 같아 시작을 안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 것 같아 배우면서 조금씩 올리고 있다. 원래 유튜브는 개인적인 포트폴리오로만 활용했는데 팬들에게 어떻게든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려고 노력 중이다. 편집자님을 구해서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작가님을 구해서 그림을 부탁하기도 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다.

- 팬들이 ‘민주민주’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 성우는 이름이 브랜드이지 않나. 김영성, 정미숙, 장광, 김기현 등 선배님들은 이름 자체가 브랜드다. 나도 어떤 식이든 대중에 이름을 각인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팬들이 그렇게 불러주셔서 받아들이고 있다. (웃음) 성우가 되기 전 닉네임이 네 글자였기 때문에 글자 수도 맞고. 남자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중성적인 면이 있어서 그것도 좋다.

- 좋아하는 영화를 소개해준다면. 혹시 더빙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

= 픽사의 <월·Ⓔ>를 좋아한다.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몇번이나 다시 봤다. 엉엉 울면서. (웃음) 대사가 아니라 감정의 소리들이 들어가 있다. 언어가 아니라 소리의 호흡으로 접근하는 영화였다. 어쩌면 무성영화에 가까운 작품인데 그래서 더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것들이 있다. 목소리 연기를 하는 직업이다보니 조용한 영화가 더 끌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긴 어렵고, 전 연령대를 커버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전체를 다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는 다르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처럼 한 캐릭터에서 다양한 나이대를 표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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