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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작은 아씨들'

홀딱 반한 캐릭터를 만나면 어떻게 구상이 시작되었을까 상상한다. tvN <작은 아씨들>에서 경영관리 업무가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 세상을 미리 준비하던 오키드 건설 14층 경리팀장 진화영(추자현)의 시작점은 ‘경리업무 확 줄이는~’ 광고가 나오던 컴컴한 극장 안이 아니었을까. 보통은 경리직의 고용불안을 잠깐 떠올려도 영화 시작하면서 싹 잊을 텐데, 정서경 작가는 ‘미래에서 온 경리’로 구체화하고 있었을지도!

화영은 13층 왕따 오인주(김고은)가 “숫자가 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경리”가 되도록 뭐든 가르쳐줬다. 자살로 처리된 화영은 뉴스에서 ‘자존감이 상당히 낮았던 사람’으로 추정되는데, 근거는 쇼핑과 성형이었다. 인주네 막내 인혜(박지후)는 친구의 귀족적인 콧대가 성형이란 걸 알아도 여전히 그 코를 닮고 싶다. 유사한 행위인데 왜 경멸과 선망으로 갈릴까? 둘째 인경(남지현)이 풀고 싶은 숙제는 “왜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데도 가난하고 어떤 사람들은 쉽게 부자일까?”였다.

물려받은 부로 계급을 가르는 ‘수저론’이 답일까? 가난한 세 자매가 맞서는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의 가장 박재상(엄기준)은 부자 아빠가 되어준다는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정치에 나선다. ‘탈이념이 시대정신’인 즈음, 경제적 박탈감을 이용하는 셈이다. <작은 아씨들>은 오히려 수저론이 품은 무력감과 편리함을 회의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해서, 자매들에게 이어진 유무형의 유산을 폭넓게 보게 된다. 자매들은 자신과 닮은 여성들, 때로 이해할 수 없고 징글징글한 이들에게 배움이 있고, 그들이 남긴 영향을 다루는 법을 익힌다. 화영이 남긴 20억원 현금 배낭도, 막내 수학여행비를 들고 도망간 엄마가 남긴 열무김치도 일종의 유산이다. 처치 곤란한 짐이기도 했던 두 가지 유산을 정리해 한데 합쳐버리는 장면이 인주의 성장처럼 짜릿했다.

CHECK POINT

모진 말만 골라 하는 고모할머니(김미숙)도 돈의 흐름을 읽는 데 비상했던 둘째 인경을 몹시 탐낸다. 올해 방영한 tvN 단막극 ‘오프닝’(O’PENing) 시리즈 중, <스톡 오브 하이스쿨>의 고등학생 투자자 안형인도 고모할머니가 눈여겨볼 만한 인재다. 수저 색깔은 스스로 바꿔나가겠다 마음먹고 주식 투자로 유학 비용을 만들던 형인은 다양한 이유로 돈이 필요한 또래 친구들을 대리해 투자를 시작한다. 미니시리즈로 확장해도 흥미로울 이야기라 눈여겨봤던 단막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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