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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읽으면 영화가 더 재밌어진다! : 주요 공간별로 살펴본 <헌트>의 미술과 무술
조현나 2022-08-18

<헌트>의 인물들이 1980년대 미국과 일본, 태국, 한국을 무대로 막힘없이 액션을 펼칠 수 있었던 데에는 박일현 미술감독과 허명행 무술감독의 힘이 컸다. <오케이 마담> <공작> <검사외전> <무뢰한> 등을 작업한 박일현 미술감독은 한국 올 로케이션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워싱턴과 도쿄, 방콕의 풍경을 스크린에 그대로 구현해냈다. <반도> <D·P> <킹덤: 아신전> <범죄도시2>에 이어 <헌트>에 참여한 허명행 무술감독은 이정재 감독이 요청한 ‘리얼리티와 박력’을 놓치지 않으면서 인물의 동선과 액션을 설계해나갔다.

방콕 총격 신의 액션 디자인

“이 많은 사람들의 동선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막막함은 있었다. 그래서 상황의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대통령의 차에 큰 데미지를 주고 싶어서 저격병들로 하여금 마치 가미카제처럼 수류탄을 들고 뛰어내려오게 했고 대통령의 안위를 두고 양측이 끝까지 대립하기 때문에 그 목적에 맞게끔 액션을 디자인했다.”(허명행 무술감독)

도쿄의 분위기

“차량의 경우 일본 차량의 컬러와 디자인까지 정해 일부는 국내에서, 일부는 일본에서 직접 공수했다. 도쿄시의 분위기를 연출할 공간으론 부산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1983년의 도쿄 시가지를 레퍼런스로 참고하되 관념적인 일본, 우리가 일본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고려하며 작업했다. 상가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간판의 폰트와 컬러 같은 걸 눈에 잘 띄도록 설정했다.”(박일현 미술감독)

총격 신의 비밀

“도쿄 총격 신은 원래 권총이 주 무기였는데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화기를 업그레이드했다. 북한군에겐 우지나 AK 계열의 자동소총을, 평호가 소속된 남한측은 M16을 들게 했다. 평호가 팀원들을 구하러 돌진할 때 후진으로 한명을 밀어붙이고 M16을 조립해 나오는데, 이때 일반 권총을 들고 나와 쏘는 것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팀을 구하겠다는 심리가 더 확고하게 전달된달까.” (허명행 무술감독)

그때 그 모습

“1980년대 세탁소의 모습을 짐작해 만들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장소처럼 옆에 느티나무를 심어 서정적으로 연출하고 싶었는데 그렇게까지 하진 못했다. 총격과 폭발이 벌어지기 때문에 동선을 고려하며 외부를 개조하고, 내부의 방을 디자인해 세트와 연결시켰다.”(박일현 미술감독)

동물적 집요함

“평호와 정도의 동선만 정해두고 사전에 따로 합을 맞추진 않았다. 자세히 보면 서로 주먹을 피하지 않는다. 상대를 때리고 자기도 그냥 맞는다. 자존심 때문에 물러서질 않는 거다. 계단 액션 신을 촬영할 땐 안전 문제로 인해 대부분 두 사람이 몸을 겹쳐 구르게끔 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호와 정도는 온통 상대에게 신경이 가 있기 때문에 다치든 말든 붙들고 늘어진다. 동물적인 집요함이 한층 강화된 신이었다.”(허명행 무술감독)

공간에서 묻어나는 신념

“정도의 공간은 평호의 공간과 대비를 주기 위해 블랙에 가까운 그레이와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썼다. 집의 가구도 대체로 화이트 컬러인 무채색의 공간이다. 이를 통해 정도가 신념이 아주 강하고 주저함이 없는 군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박일현 미술감독)

차갑게 더 차갑게

“안기부 요원이 있는 조사실은 차가운 느낌을 주려 했다. 매직미러룸 벽면의 타일 컬러와 소재도 차가운 느낌을 주는 걸 골랐고, 중간중간 깨진 타일을 배치해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상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실엔 이상할 정도로 긴 소파를 하나 뒀다. 요원들이 이 소파에 앉아 매직미러룸을 한눈에 바라보고 컨트롤한다는 설정인데, 이를 통해 권력기관의 위력을 강화하려 했다.”(박일현 미술감독)

빈티지의 논리

“안기부 해외팀 차장인 평호는 장기간 해외 체류를 하면서 외국 문물을 많이 접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디자인이 들어간 가구들, 빈티지한 앤티크 가구들을 평호의 공간에 배치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오리지널 소품도 넣어뒀다. 컬러는 내추럴한 우드와 그레이를 베이스로 두고 빈티지한 그린과 코럴을 대비시켰는데 색감을 통해 시대상을 표현하면서도 인물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박일현 미술감독)

남영동 대공분실의 재해석

“남영동 대공분실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요원들이 고문실로 향할 때 계속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내려갈수록 공포감이 확 다가왔으면 했다. 본래 남영동 대공분실엔 침대도 있지만 여기선 그런 휴식 공간이 전혀 없다. 사람에 대한 고려 없이 고문이라는 행위만을 위해 만들어진 아주 폭력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공간이다.” (박일현 미술감독)

안무팀의 존재 이유

“고문으로 인해 팔이 꺾이는 상황을 특수 효과나 특수 분장으로 표현하는 대신, 안무팀에 팔이 탈골되는 듯한 움직임을 따로 의뢰했다. 안무팀이 출연해 고문 도중 팔이 빠지는 상황을 표현했다.”(허명행 무술감독)

상황을 보여주는 액션

“액션보다는 평호와 정도 둘 사이의 상황이 변화하는 게 중요한 신이었다. 그래서 액션을 너무 많이 만들어내지 않았다. 정도가 어떤 작전을 세워 잠입하는 게 아니라 밀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직진하는 동선을 강조했다. 다만 창고에 정도가 바로 들어오면 평호와 재회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지기 때문에 뒤차로 들어와 등장한다는 설정을 더했다.”(허명행 무술감독)

강원도에 옮겨놓은 방콕

“봄부터 가을까지 6개월 정도 작업했다. 강원도 고성 부지를 평탄화하는 토목 공사부터 시작했는데 돌이 워낙 많은 지대라 쉽지 않더라. 돌을 전부 골라내고, 잔디를 심고 제주도에서 야자수를 공수해 심었다. 7월 즈음에 이파리들이 전부 시든 적이 있다. 촬영일이 다가오는 터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그 위로 새 이파리가 다시 자랐다. 결과적으로 느낌도 살고 분위기도 더 자연스러워졌다. 아스팔트도 직접 깔아 도로를 만들고 폭발 신을 고려해 건물을 올렸다. 일반 세트와는 성격이 많이 달라서 공을 정말 많이 들였다.”(박일현 미술감독)

총격의 이유

“영화 초반, 평호는 테러범을 생포하려 하지만 정도가 전부 사살해버린다. 처음부터 둘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 때문에 그 대립을 많이 살리려고 했다. 정도가 테러범을 너무 곧바로 쏘면 관객이 ‘갑자기 왜 쏴?’ 하고 생각할 것 같아 중간에 상황을 추가했다. 테러범이 정도쪽으로 총구를 겨눌 때 평호가 재빨리 그 팔을 잡아 올린다. 하지만 이미 총은 격발된 후였고, 그로 인해 정도는 테러범에게 반격할 이유와 시간적 틈을 얻게 된다.”(허명행 무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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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