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 이야기 My Love Affair With Marriage
시그네 바우먼 / 라트비아, 미국, 룩셈부르크 / 2022년 / 108분 / 국제경쟁
10월21일 17:30 CGV 부천 5관
10월23일 20:30 CGV 부천 4관
첫 월경을 시작한 딸에게 흐뭇한 얼굴로 엄마가 여성의 기쁨에 관해 들려준다. “넌 이제 여자가 된 거야. 여성이 성공하는 최고의 방법은 처녀성을 유지하고 좋은 남편을 만나는 거지.” 놀라지 마시라, <나의 결혼 이야기>는 호러 영화가 아니다. 두 번의 결혼과 우울증을 경험하고 중년을 맞이한 시그네 바우먼 감독이 자신의 삶을 기세 좋게 풍자한 블랙코미디인 이 영화는 젤마라는 이름의 여성이 인생에서 마주하는 무수한 억압과 요구들을 묘사해 나간다. 때로 매우 시니컬한 유머가 돋보이는데,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이나 사춘기의 두뇌 회로 등을 통해 젤마의 심리적 격동을 생물학적으로 파헤치기도 하고, 평생 정형화된 여성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세대에 대한 사회적 스케치 또한 충실히 시도한다.
작가가 라트비아에서 겪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마치 중세풍의 종교화처럼 표현한 점 역시 신랄한 유머의 일종이다. 젤마의 뉴런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분위기를 바꾸어 SF적인 상상력을 펼쳤다. 이 엉뚱한 조화의 다른 한편에서 종종 벌어지는 뮤지컬 세트피스 역시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잡는다. 스톱모션으로 촬영된 실물 배경 위로 등장인물을 2D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넣은 <나의 결혼 이야기>의 입체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화면의 깊이감이 시시각각 뒤바뀌면서 생기는 어지러움은, 결혼이 곧 여성의 삶을 결정한다는 압박 속에 발생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일종의 신체적 통증으로 각인시킨다.